[사설]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현실에 맞는 보완책 필요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28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농축수산 농가의 피해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관행처럼 여겨지던 부당한 청탁과 과도한 접대문화가 줄어들어 청렴문화 정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공직자들은 껄끄러운 청탁을 법 규정을 들어 거절할 수 있게 됐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방문할 때 뭔가를 들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을 벗게 됐다. 값비싼 식사에 2~3차로 이어지던 접대문화도 사라졌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일반인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9.5%가 ‘청탁금지법에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와 교직원 5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가 ‘촌지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는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가 지난해 동기보다 15.1%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청탁금지법이 지난 1년간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온 건 분명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농수축산물 판매액이 15~30% 주는 등 1년간 최대 2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ㆍ소상공인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6.7%가 매출이 감소했고, 60%는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특히 화훼업계와 식당업계 피해가 심각해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정부가 법 시행 1년을 맞아 청탁금지법의 효과와 영향을 검토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청렴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건 다행이나 농축수산업계와 음식업계 등 서민경제에 어려움을 주고있는 것 또한 현실”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이 공직 투명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실에 맞는 보완책이 나와야 할 때다. 먼저 접대 식사비 3만원ㆍ선물 5만원ㆍ경조비 10만원(약칭 3ㆍ5ㆍ10)의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현재 국회에 한도를 ‘10ㆍ10ㆍ5’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나라의 청렴문화가 제대로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 1월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76개국 중 52위였고, OECD 35개국 중에는 29위였다. 기틀이 잡혀가는 청렴 분위기가 흔들리면 안 된다. 법의 근본 취지를 흔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