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를 이용해 너도나도 해외 여행에 나서고 있다. 하필 이럴 때 발견된 참담한 모습이다. 수원의 한 임대 주택의 내부는 말 그대로 쓰레기장이었다. 거실에는 컵라면 용기, 비닐 쓰레기, 과자 봉지,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화장실에는 사용한 휴지가 벽면의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밥솥에는 곰팡이가 끼어 있었고, 싱크대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말라붙어 있었다. 이런 곳에 9살 남자 아이와 8살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남매에게는 어엿한 엄마가 있다. 4년 전 이혼한 뒤 아이들과 생활해 왔다. 3년 전 부산에서 수원으로 왔다. 여인숙 등을 전전했고 노숙도 했다. 이를 파악한 수원시가 구호 활동을 폈다. 위기 가정으로 분류해 보증금 340만원, 월세 13만원짜리 임대주택을 알선했다. 월세 13만원은 시가 주거급여 형태로 지원했다. 지난해 초에는 9살 남자 아이가 자주 결석한다는 사실을 파악 엄마에게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정 내에서 생겼다.
엄마는 심한 음주로 정상적 판단을 잃었다. 5t에 가까운 쓰레기 더미에 아이들을 방치했다. 친정아버지조차 집으로 들이지 않았다. 주민 센터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매번 엄마가 되돌려 보냈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치과나 안과 진료를 주선했지만, 이 역시 엄마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아이들이 발견된 당시에 엄마는 15일 만에 귀가한 상태였다. 한 마디로 엄마가 만들어 놓은 쓰레기 더미가 아이들에겐 감옥이었던 셈이다.
수원시의 역할이 없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길거리에 떠돌던 가족을 챙겨 주거 공간을 마련해줬다. 아이들 학업과 건강 문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사고 이후에는 체납 공과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 진단을 받게 했다. 학교도 아이가 결석이 잦아지자 행정기관에 통보했고 이런 협조가 있어서 학업 중단은 막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 행정ㆍ학교를 질책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아이들에게 희망은 여전히 행정과 학교였다. 행정 지도팀이 좀 더 강제성을 갖고 살폈어야 했다. 아이들의 건강 체크도 엄마의 반대에 포기해선 안 됐다. 집에 들어오지 말라면 돌아서고, 병원 보내지 않겠다면 포기하는 방식으로는 걸어 잠긴 집 안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인권침해를 막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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