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각선 '굿캅-배드캅 전략' 또는 '미치광이 이론' 추정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평양과의 핵 대치 상황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옵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고조되는 핵 위협에 또다시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당장 군사력 사용을 경고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화나 협상을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이 아직 핵무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는 옳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배드캅'(거친 경찰)과 '굿캅'(온건한 경찰) 역할을 나눠 맡아 북한을 어르고 달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국무장관에게 공개 망신을 준 것은 그런 차원을 넘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미 테리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굿캅-배드캅 전략을 의도했을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이번 트윗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전날 틸러슨 장관이 예상을 깨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며 미-북 막후 접촉을 처음 공개한 데 대해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홧김에 북한과의 대화에 선을 긋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NYT는 분석했다. 현 단계에서 막대한 인명 살상을 피할 수 있는 마땅한 군사옵션이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활용, 자신이 무력을 선호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틸러슨 장관 등 보좌진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오판하면 대기권 핵실험이나 서울을 향한 일제 포격을 벌일 수 있는 민감한 정세라는 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똑같이 '미치광이 이론'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밥 코커(공화·테네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NBC 방송에 출연해 "눈을 맞추는 것 이상의 일이 더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외교적 측면의 노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면박으로 틸러슨 장관이 곧 해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NSC에서 근무했던 댄 샤피로는 WP에 "틸러슨이 오늘 또는 체면을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을 거친 뒤에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고, NYT와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비슷한 전망을 했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멕시코, 중동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노출해 사임설에 휩싸여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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