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 저축은행 대출…“한계가구 부채, 관리해야”

지난 7월말 48조원 넘겨…5년7개월 만에 최대, 가계·기업 함께 늘어

▲ 한국은행/경기일보DB
▲ 한국은행/경기일보DB

[서울=경기일보/민현배 기자]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이 최근 5년만에 최대 수준을 찍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가계와 기업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은 48조92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신 잔액은 2011년 12월(50조2천376억원)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여신은 2010년 5월 65조7천541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이듬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계기로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4년 6월에는 27조5천698억원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당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된다.

저축은행 대출은 2015년 5조5천557억원(18.5%) 증가하다 작년에는 7조8천808억원(22.1%) 올랐다. 올해 들어 1∼7월에 4조6천283억원(10.6%) 늘면서 작년 동기 증가액(4조4천947억원)을 웃돌았다. 올해에만 월평균 6천611억원씩 불어난 수치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을 많이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에서 기업대출은 크게 불어났다. 7월 말 잔액은 27조3천74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7천924억원(11.4%) 증가했다. 작년 1∼7월 증가액 1조4천929억원 대비 2배 규모다. 내수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기업대출이 늘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저축은행이 기업대출에 더 집중하면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늘어가는 저축은행 여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영향을 받아 국내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한계가구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등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한계가구는 약 200만~220만가구로 추정된다. 한계가구는 ‘처분 가능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어서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가구’를 지칭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예금은행보다 3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한계가구, 한계기업이 타격을 받는 일은 불 보듯 뻔하다”며 “200만 한계가구가 휘청거리면서 일부가 거리로 내앉으면 경제, 사회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계가구의 가계부채와 함께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기업의 부채 역시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새 정부도 이런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서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될 금융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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