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기를 듣고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반나절의 시간이 있다면 외국 손님을 모시고 갈만한 곳이 있는가? 저 역시 당장 마땅한 곳이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미술관 몇 곳이 생각나는 정도였습니다. 정작 당황스러웠던 것은 외국인들은 인천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스스로 질문했지만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이든 업무 출장이든 다른 이유든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을 가게 되면 마음이 설렙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인상적인 건축물, 역사 유적들이 그 나라 혹은 도시를 대표합니다.
하지만 유형의 상징물만이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의 에펠탑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번 봤으니 됐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보다는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몽마르트나 노천카페의 분위기도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런 생각 끝에 인천의 매력을 떠올려 봤습니다. 아름다운 섬들, 첨단의 이미지를 지닌 신도시들, 300만의 인구가 엮어내는 역동성, 근대의 문화가 융합된 개방성 등 인천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것들이 매력적일 것인지? 그들도 이런 것들에 설레는 느낌을 받을 것인가? 궁금합니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가는 설렘과 기대 이런 호기심이야말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하루나 이틀 길어야 4~5일 정도 머무르는 여행객들이 그 도시를 깊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도시가 풍기는 분위기를 느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분위기라는 것이 간단치 않습니다. 오랜 시간 도시 전체가 만들어 온 문화가 바로 그 분위기입니다. 매력적인 랜드마크와 함께 그 지역의 음식과 시민들의 표정, 예술, 산업, 외부인에 대한 태도 등 한 도시의 총체적 역량이 도시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분위기는 다른 말로 하면 도시의 가치라고 바꿔 부를 수 있습니다. 이 가치는 어느 한 분야만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럼 인천의 분위기는 어떤가? 각 분야의 성취나 움직임이 아직은 특정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할 만큼 성숙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인천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단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국제적 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습니다. 수준 높은 한국의 미술품을 갖춘 미술관과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카페나 식당 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외부인에 대한 배려와 미소같은 도시의 품격이 갖춰진다면 인천은 역동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의 분위기를 만드는 이런 노력들은 과정 그 자체로 도시를 바꾸는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낼 분위기에 외국인들이 공감한다면 인천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의 하나로 꼽힐 것이라 믿습니다.
채홍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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