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죄수의 딜레마

검사가 범죄를 저지른 공범 두 명을 잡았다, 이들을 기소하려 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백이 필요했다. 검사는 궁리 끝에 두 명을 분리시켜 심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제시했다. 첫째로 두 명 가운데 한 사람만 자백하고 나머지는 무죄를 주장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무혐의 처리하고 무죄를 주장한 사람은 징역 10년을 구형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둘째로는 두 사람 모두 자백할 경우 징역 5년을, 세번째로는 둘 다 침묵하면 징역 6개월을 구형하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이들은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격리된 상태다. 격리된 상태에서 심문을 받는 이들 두 명은 머릿속이 복잡하다. 침묵을 선택하자니 상대방이 자백할 것 같고, 자백을 하자니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들은 상대방이 끝까지 침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지면서 자백을 선택하게 된다. 

상대방에 대한 믿음보다는 배신을 통해 죄를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상대방이 침묵하면 침묵보다는 자백해서 자신이 석방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게 된다. 또 자백을 해도 상대방이 자백할 경우 침묵보다 낮은 형량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나는 방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의사소통이다. 이들 죄수들에게 서로를 믿는 확고함이 있었다면 침묵을 선택했을 것이다. 또 이들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더라도 침묵했을 확률이 높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다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한 가지 목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세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선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화두에 대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소통이 절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북한 핵과 대내적으로는 여야간의 정쟁으로 정국이 경색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 죄수의 딜레마를 해소시키는 방법은 아닐까.

이영수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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