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 경기도립무용단 기획공연 <판>의 마지막 무대가 올랐다.
도립무용단은 올해 초 ‘무용’이라는 예술로 관객들과 보다 쉽게 소통하기 위해 <판> 시리즈를 기획했고, 앞서 3월부터 다섯 차례의 공연을 선보였다. ‘나라와 백성(3월)’, ‘마당(4월)’, ‘비, 바람, 구름, 천둥(7월)’, ‘농(農)(8월)’, ‘단풍(9월)’ 순으로 이어진 공연은 전석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판>의 마지막 무대였던 이날 공연은 ‘이제 사랑(愛)을 말하다’를 주제로 알짜배기 무대만 집약해 구성했다. 강렬한 북의 울림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역동>, 기악 독주악곡으로 민속적 특징을 살려 만든 신무용 계열의 <진도강강술래>, 통탄의 감정으로 스토리를 그려낸 <문등북춤>, 이몽룡과 성춘향의 애절한 정감을 교환했던 <사랑가>, 남성 무용가들의 파워풀한 안무가 돋보였던 <오아시스>, 우리나라 전통 북과 서양 타악기 리듬을 혼합한 <모듬북>, 장고에 실어 보내는 여인들의 흥과 멋을 보인 <장고춤>, 쇠잽이의 브릿지 무대 <부포놀음>, 화려한 북춤 <오고무> 등 관객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공연들로 꾸몄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역동>은 객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공연 특성상 판소리 등 민속적 색깔이 짙은 무대를 떠올렸으나, 묵직한 북의 울림과 강렬한 남성 무용수들의 춤이 그 예상을 깨뜨렸다. 무용수들의 짙은 춤선과 인상적인 감정표현은 무대가 절정으로 갈 때까지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어 관객들이 ‘가장 다시 보고 싶은 공연’으로 꼽았던 <진도강강술래>가 진행됐다. 무대는 시작부터 독특했다. 댕기 머리를 땋은 채 단조로운 파란색, 빨간색 한복을 각각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끊임없이 줄지어 나왔다. 이들이 보여준 진도강강술래는 유려한 기술이나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움직임이 아닌데도, 객석에선 수차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무용수들의 작지만 감각적이고 섬세한 동작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춤의 구도를 보여주며 이들만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흔히 전통무용, 음악은 지루하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30여가지가 넘는 레퍼토리와 창작무용, 경기도립극단과 콜라보레이션, 암전 없는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시도로 구성된 <판>은 경기도민들에게 무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내년, 전통무용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도립무용단의 또 다른 한 판이 기대되는 이유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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