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억지로 왔어요”…진로 탐색은커녕 갈길 먼 ‘경기 자유학년제’

“가위ㆍ바위ㆍ보에서 져서 온 학생이 대부분이에요. 진로탐색은커녕 학생들 깨우기 바쁩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 진로 코치로 2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K씨(42ㆍ여)는 ‘직업탐구 활동’ 시간마다 한바탕 곤혹을 치른다. ‘직업탐구 활동’ 시간에 참여하는 학생 대부분이 초빙 강사를 앞에 두고 잡담을 나누거나 잠을 자기 때문이다. 이에 수업이 끝난 후 초빙 강사의 항의를 받는 일이 다반사다. A씨는 “강좌 수가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이 아이들끼리 ‘가위ㆍ바위ㆍ보’를 통해 수업 선택권을 나누고 있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자유학년제의 일환으로 직업탐구 활동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상당수 학교에서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진로 코치 L씨(38ㆍ여)는 학교 밖에서 진행하는 직업체험 활동에 불만이 많다. 관공서 위주로 체험활동이 이뤄지면서 학생들의 참여도가 저조한 것. L씨는 “학교마다 매번 같은 관공서를 다녀가는데, 이게 무슨 직업체험 활동인지 모르겠다”며 “지역마다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굉장히 한정적이며, 여주와 연천, 양주 등의 경우에는 직업체험을 한번 하기 위해 학교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이동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자유학년제’가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위ㆍ바위ㆍ보’로 진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역 간 프로그램의 질과 양, 체험시설 등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면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과정 1년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ㆍ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그러나 시행 1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의 교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양하지 않은 진로탐색 프로그램은 물론 학생들의 참여도 역시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부 농촌 지역 학교에서는 도심지역에서 진행하는 전문직 체험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해 지역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유학년제를 운영하면서 지역별로 큰 편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학생들이 꿈과 끼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내실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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