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내 고향 인천의 길

▲ 선일 스님
▲ 선일 스님
몇 년간 객지를 떠돌다 찾아가는 고향은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귀소본능이랄까? 묘한 희열을 느낀다. 특히 고향 길 중에서 어린 시절 걷던 돌담길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거리를 걷는 것 같이 정신이 묘한 환각상태에 빠진다.

 

이것이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나의 고향인 과거 인천의 거리를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VR(Virtual Reality) 기기로 현실처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인천의 옛길을 걸어본다. 먼저 내가 태어난 중구 선린동을 자주 간다. 지금은 차이나타운이 원형을 간직한 채 잘 개발돼 주말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다.

 

그리고 고향 시장 골목길은 누구나 많은 추억이 담긴 길이다. 중구 신포동 시장거리를 거닐다 보면 아직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나의 의식들이 시간을 멈춘 듯하다. 시장을 빠져나와 과거 인천시청 자리(지금은 중구청)와 경찰청 터를 지나 시민회관 터(지금은 인성여고 체육관)를 오르면 나의 부모님 집이 홍예문 옆에 옛 적산가옥 모습을 간직한 채 아직도 우뚝 서 있다.

 

홍예문을 끼고 자유공원과 맥아더장군 동상이 있는 공원을 거닐면 지금 내가 청소년기에 있는 것 같은 감정이 일어난다. 한때는 걸어서 부둣가에서 망둥이 낚시도 즐기던 기억이 나고, 조금 더 걸어서 월미도 쪽으로 가면 갯벌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중구가 개발이 되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섭섭하면서도 옛 추억을 지금도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아마 이런 감정들은 고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도 똑같을 것이다.

 

인천의 강남이 송도 신도시라고들 하지만,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는 신도시의 위용이 부럽지가 않다. 순수한 마음은 대소를, 미추를, 부와 가난을 구별하지 않는 불이(不二)의 정신이다. 그래서 죽음에 이르면 고향을 찾고 어떤 이들은 고향에 학교도 짓고, 장학재단도 만들고, 박물관을 짓기도 한다. 후손들이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연어떼도 알을 산란한 하천의 장소가 개발이 돼서 없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듯이, 고향이 고향의 냄새가 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고향에 가고자 하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인천이라는 정체성을 살리는 것은 고향을 잘 가꾸어 원형을 파괴하지 않고 예술적 감각과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보다 품위 있는 도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림을 그려 본다.

 

우리에게도 육체의 회귀본능이 있다. 누구나 고향에 대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애정, 집터에 대한 추억, 이웃 사람들의 모습들, 주위 자연환경의 전경들이 나를 고향집으로 가게 만든다. 또한 하루하루 바쁜 생활 속에서도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오게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고향을 더욱 생각나게 하고, 죽음이 임박할 때는 어머니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 때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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