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고교 졸업자’에만 허락된 장학금

수십년 수원 살았지만 타지역 학교 졸업 이유로 지원 못 받아
용인시는 2년 이상만 거주하면 신청 가능… 도내 기준 제각각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수원시민이 아닌 겁니까?”

 

수원에 20년이 넘도록 거주하며 4남매를 키운 다둥이 아빠 A씨(55)는 최근 자녀의 대학 장학금 신청을 위해 수원사랑장학재단을 찾았다가 씁쓸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결혼 후 수원에서만 거주하며 아이들을 모두 낳아 키웠음에도 자녀가 수원시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아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첫째 아이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했는데 수원에는 마땅한 고등학교가 없어 부득이하게 만화가 특성화돼 있는 성남시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고 둘째 아이 역시 예체능이 특화된 고등학교를 찾아 타지역에 진학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고등학교만 타지역으로 진학했을 뿐 십수 년간 수원시에서 살고 있는데 수원시민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황당하면서 씁쓸하다. 

인근 용인시는 시에 2년만 거주하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남은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용인시로 이사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시ㆍ군들이 직접 시행하거나 시ㆍ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는 장학재단의 대학 장학금 지원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도내 시ㆍ군 및 장학재단에 따르면 구리시와 파주시를 제외한 29개 시ㆍ군은 모두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장학금 지원 대상 기준이 모두 제각각 이어서 도민들 사이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원과 김포, 동두천, 부천, 시흥, 안성, 양평, 오산, 의왕, 이천 등 10개 지역은 관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장학금 신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반면 고양, 과천, 광명, 광주, 군포, 남양주, 성남 등 나머지 19개 지역은 일정 기간(1~5년) 학생이 거주하거나 학생의 부모가 거주하면 장학금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관내 고등학교 졸업자’라는 신청기준을 갖고 있는 지역은 한정된 예산을 실질적인 지역주민에게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거주기간 이외에 별도의 신청기준이 없는 지역은 ‘보다 많은 시민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수원사랑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의 경우 인구가 타 시ㆍ군보다 많아 장학금 대상도 많다. 그에 반해 장학금은 한정돼 있어 관내 고등학교 졸업자라는 신청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으며, 양평교육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양평군에서 지원하는 예산과 지역주민들이 후원하는 예산으로 장학금이 조성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관내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신청기준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용인인재육성재단은 “인재 육성 폭을 넓히기 위해 용인에 2년 이상 거주하거나 거주한 부모의 자녀에게는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가평군장학회 관계자는 “우리도 지난해까지는 관내 고등학교 졸업자에게만 대학 장학금 신청을 받았지만 수혜대상을 넓히기 위해 올해부터는 관내 소재 초·중·고 중 1곳만 나오면 장학금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이호준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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