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백혜선 피아니스트 “더 쉽고 재밌게 즐기는 클래식의 맛 기대하세요”

▲ 백혜선 (2)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활발히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백혜선에게선 관록이 묻어났다.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공연장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만났다. 백혜선은 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 이어 26일 예술의전당, 다음달 2일에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백혜선은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를 수상하고,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EMI 인터내셔널 클래식과 음반 3개 발매 계약을 맺으며 일찌감치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2년 일본 사이타마현 문화예술재단이 꼽은 현존하는 <세계 100대 피아니스트>에 라두 루푸, 보리스 베레초프스키, 랑랑, 엘렌 그뤼모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오는 2019년은 그의 국제무대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내년부터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는 그 프리뷰 격으로 베토벤의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과 리스트의 곡을 해설과 함께 들려준다.

 

백혜선은 지난 2005년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백혜선은 “국내에서 인정받았지만 외국에서는 어떨지 스스로 궁금해 새로운 도전을 했었다”며 “외국에서 육아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하며 힘들었지만 진짜 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했다.

 

관록 있는 중견 피아니스트가 된 지금, 백혜선의 눈에 보이는 것은 더 많아졌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고 시각이 다각도로 넓어지기 때문에 시정해야할 점과 발전시켜야할 것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그런 시각이 드러난다. 보통 연주자는 설명 없이 자신이 한 연주 그대로를 청중이 알아서 해석하고 받아들여주길 원한다. 그러나 백혜선은 클래식 공연도 관객에게 더 친절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악가는 악보를 외우는 것뿐만 아니라 악보를 해석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며 청중을 이해시켜야 하죠. 큰 소리를 내면 그 큰 소리가 화에서 난 건지, 기쁨에서 난 건지를 관객이 알게끔요. 물론 청중도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필요한 것이라고 느끼게 해줘야 해요.”

 

기존에는 앙코르 공연 때만 해설을 더했지만 이번에는 본공연에 관객을 위한 해설을 준비했다.

“디아벨리는 33개의 변주곡인데 곡이 긴 만큼 난해해요. 사실 이 곡은 ‘풍자’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곡이에요. 모차르트의 오페라 곡을 변주해 해학적이기도 하죠. 이런 배경을 관객이 알면 훨씬 좋은 감상을 할 수 있어요.”

 

이런 노력이 청중으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백혜선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술보다도 더 상상력이 필요한 게 음악”이라며 “청중이 음악을 들으며 상상의 세계를 넓힐 수 있도록,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가 많아졌다. 그도 손열음, 조성진, 선우예권, 김다솔 등 후배들을 보면서는 대견스러움을 넘어 어마어마한 놀라움을 느낀다고. 그러나 젊은 연주자들을 아이돌처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를 표했다.

 

“야무졌던 조성진, 손가락이 잘 돌아가기로 유명했던 선우예권, 아무나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을 지닌 김다솔 등을 보면 뿌듯하지만 걱정이 커요. 젊은 연주자들이 40대, 50대가 돼 무르익었을 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콩쿨 입상보다 그들의 음악이 주는 감동을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청중이 음악가를 키우는 것이니까요.”

손의연기자

피아니스트 백혜선은…

▲클래블랜드 음악원 교수, 대구카톨릭대학 석좌교수

▲부산국제음악제 예술감독

▲1999년 한국음악상 기악부문 및 1997년 제30회 난파음악상 등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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