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된다?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흔히 수습기자들을 교육할 때 하는 말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그만큼 흔하고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요즘은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가 사회부 주요 뉴스로 자리 잡았다. 유명 연예인 가족의 반려견이 사람을 물고 며칠 뒤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행위는 왕왕 있었지만 요즘처럼 공론화된 적은 없다. 이제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된다’는 말은 수습기자들에게 하지 못할 듯싶다.
▶군 복무 시절 군견 훈련을 담당했다. 한때 군견 훈련 가운데 중요한 훈련 항목은 공격 훈련이었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군견 훈련 지침이 떨어졌다. 무장공비 침투 사건 당시 군견 운영에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다고 판단한 군 부대 지휘관이 군견 공격 훈련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특급 군견은 잘 무는 개였다. 사나운 군견을 만들기 위해 생고기는 물론 말피까지 받아 먹였다. 개들이 가장 민감한 부위인 개코를 비틀어 공격성을 높이기도 했다.
필자가 운용했던 군견은 유독 사나워 사고를 내기 일쑤였는데 같은 부대 상병, 하사관, 작전 파견부대 통신병 등 적이 아닌 아군을 3~4차례 물어 난처하게 했지만 늠름한 특급 군견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휘관이 바꿨다. 신임 지휘관의 특급 군견 모델은 복종 잘하는 군견이었다. 앉아, 엎드려 군견병 신호에 따라 척척해내고 집중하는 군견이 특급 군견이 됐다. 결국 필자가 운용하던 군견은 특급 군견 자리를 복종 잘하는 군견들에게 내줘야 했다.
▶군 시절 목격한 개들의 무는 행위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사고시 전투복이 너덜너덜해지고 피부에는 깊은 2개의 송곳니 자국이 남았다. 공격 훈련시 안전을 위해 두툼한 방어복을 착용해도 무는 힘이 그대로 팔뚝에 전달되고 멍이 들기도 했다. 과거 개를 마당에 묶어두고 잔반을 주며 집 지키는 용도로 키우던 시절도 있었지만 세월이 변해 공원, 거리에서 귀엽고 멋진 반려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반려견이 이제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만큼 사고 없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생각하고 제도를 보완할 시점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