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모자 숨진 채 발견…유력 용의자 아들은 해외 출국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모자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11시께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A씨(55ㆍ여)와 아들인 B군(14)이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시신은 안방 베란다 바닥에 상반신이 이불로 덮인 채 놓여 있었고, 옆에서는 흉기도 발견됐다. 아파트 내부는 육안으로 혈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리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은 수일째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A씨의 여동생이 “언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A씨의 또 다른 아들 C씨(35)가 지난 21일 정오께 사건 현장인 아파트로 들어왔다가 이날 오후 5시께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후 영상에서 A씨와 B군이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없는 점으로 미뤄 C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C씨가 집 안에 있는 흉기로 어머니와 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옮겨 놓는 등 흔적을 지우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이틀 뒤인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아내와 아기 등과 함께 뉴질랜드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C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세종시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A씨의 남편 D씨(57)도 지난 21일 강원도에 간다고 한 뒤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D씨의 휴대전화에는 A씨와 B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1일 강원도에서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에는 D씨의 휴대전화를 C씨가 갖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D씨가 운영하는 주점 종업원으로부터 “D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C씨가 받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D씨도 숨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숨진 A씨는 D씨와 재혼, 가정을 꾸렸으며 용의자인 C씨와 숨진 B군 등은 아버지가 다른 이복형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뉴질랜드로 떠난 C씨를 추적하고 있다. 국제 공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C씨를 검거할 예정”이라며 “모자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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