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로 집계됐다. 북한 리스크(위험)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처체계) 보복 등 여러 악재를 이겨낸 값진 성적표다. 덕분에 한국경제 성장률도 3%대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4% 늘었다.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넘어 2분기(0.6%)보다 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사·연구소는 당초 예상치를 0.8~0.9%로 잡았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3분기 성장률은 2010년 2분기(1.7%) 이후 7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이자 한은이 지난 19일 발표한 전망치 3.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제로(0)에 그쳐도 올해 성장률이 3.1%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0% 밑돌아 -0.5%가 나와도 올해 성장률은 3.0%가 가능하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3%를 넘은 건 2014년(3.3%)이 마지막이었다.
3분기 성장을 이끈 건 수출이다. 3분기 수출은 전기대비 6.1% 늘면서 2011년 1분기(6.4%)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9% 포인트로 집계됐다. 단순히 계산하면 기여도가 3분기 한국경제 성장률(1.4%)의 60%를 넘었다는 얘기다.
수출은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뿐 아니라 화학, 석유, 기계 등 고른 품목에서 호조를 보였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 10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예상과 달리 건설 경기도 한몫했다. 2분기 0.3% 증가에 그치며 부진했던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이 늘어나면서 전분기보다 1.5%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하반기 건설투자가 둔화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성적표도 양호한 편이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0.7%로 2분기보다 0.3% 포인트 낮아졌지만 2분기에 1%로 매우 높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북한 리스크 탓에 한은 소비자심리지수가 8∼9월 연속으로 떨어졌음에도 실제 소비가 받은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성장률은 2분기 5.2%에서 3분기 0.5%로 떨어졌다. 그러나 3분기 설비투자를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16.8%나 늘었다.
실물경제 개선은 금융시장 안정이 뒷받침한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 리스크에도 외환시장은 동요하지 않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를 비롯한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 행진을 하며 열기가 뜨거웠다.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이 내달 한은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4분기에는 북한 리스크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3분기에 수출과 정부소비가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4분기에는 북핵 리스크,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어떻게 될지가 변수이고 소비의 개선 추세가 이어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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