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관리시스템 구멍… 교장·교감이 앞장서 운영위원 자녀 학생부 조작

▲ A재단 소속의 사립고교 교장이 직접 교무부장에게 특정 학생들의 생활 기록부를 긍정적으로 고치라고 지시한 내용을 주고받은 문자내역.
▲ A재단 소속의 사립고교 교장이 직접 교무부장에게 특정 학생들의 생활 기록부를 긍정적으로 고치라고 지시한 내용을 주고받은 문자내역.

 

대학 진학에 중요 잣대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학교생활기록부)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기술적 결함을 두고 학교 교사인 엄마가 수험생 아들의 평가를 조작하는가 하면, 한 학교장은 ‘지역 유지 자녀의 평가를 좋게 바꿔라’고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학사 비리의 표본이던 ‘정유라 사태’의 축소판으로 빚어지는 양상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A 재단 산하 B 고교(경기북부 소재) C 교사(53ㆍ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재단의 사립 D 고교(경상북도 소재) E 학교장(59)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C 교사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학교에 재학하던 아들 생활기록부의 전체 평가 내용을 긍정적으로 조작해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C 교사는 2천여 자가 되는 아들의 생활기록을 직접 작성, 친한 교사에 접근, ‘이대로 기재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학생의 기록 수정이 가능한 ‘마스터’ 권한을 지닌 교사에 접근했고 이를 통해 몰래 글을 조작하기도 했다.

 

E 학교장은 지역 유지를 포함, 학교운영발전위 자녀 5명을 놓고 교감과 담당 교사에게 ‘평가를 알아서 수정해 오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부정적 뉘앙스의 ‘부모 의존’이란 단어를 ‘순종’, ‘배려심’ 등으로 바꾸거나, 부정적 내용은 아예 지우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출력한 뒤 빨간 펜으로 내용을 고치는 한편 학생의 부모 직업을 적어 내부에서 특정 학생을 구별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문제는 C 교사의 자녀는 조작된 생활 기록부를 통해 지난해 수시로 대학에 진학했다는 점이다. 해당 대학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학생에 대한 입학취소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사립 고교에서 생활기록부를 마음대로 조작한 것은 수정 기록이 제대로 남지 않는 현 나이스(NEIS)의 시스템 허점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은 최종 수정자만 기록이 저장된다. 혹시 악의를 품은 선생이 중간에 무한대로 글을 조작하고 최종 수정자 기록을 제대로 남겨둔다면 조작 여부가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며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한다는 특징을 가진 사립학교에선 가능한 범행으로 이번의 경우 권한을 가진 선생들이 서로 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나이스 시스템의 허점에 대해선 사전에 인지했던 내용”이라며 “이번 일처럼 범행을 막으려는 조치에 나섰으며 내년쯤부터는 이러한 허점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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