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근거로 뽑는 대학입시 전형 비중이 커지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기록을 조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번엔 사립고에서 학교 교사인 엄마가 수험생 아들의 평가를 조작하는가 하면, 교장이 지역 유지 및 운영위원 자녀들의 학생부 수정을 교사들에게 지시하는 학사 비리 행위가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교사와 학교장을 포함해 8명을 학생부 조작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학교에 재학하던 아들 생활부의 전체 평가 내용을 긍정적으로 조작해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교사는 아들의 생활기록을 직접 작성, 학생부 기록 수정이 가능한 ‘마스터’ 권한을 가진 교사에 접근해 그대로 기재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사의 자녀는 조작된 생활기록부를 통해 지난해 수시에 합격했다.
다른 고교의 B교장은 지역 유지를 포함, 학교운영발전위원 자녀 5명을 놓고 교감과 담당 교사에게 ‘평가를 알아서 수정해오라’고 지시한 혐의다. 지시받은 교사들은 부정적인 내용을 삭제하거나 좋은 의미로 수정했다. 일례로 ‘부모에게 의존적이다’라는 내용을 ‘교사와 부모에게 순종하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안다’는 식으로 고쳤다.
대학 진학의 중요 잣대인 생활부를 기록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나이스)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 ‘나이스’ 시스템은 생활부를 중간에 맘대로 조작해도 수정 기록이 남지 않는다. 대입 근간을 흔드는 학생부 조작을 없애려면 ‘나이스’ 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 나이스 접속·입력·수정 내역 보관을 일정 기간 의무화하고, 이중·삼중의 보안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부는 고교 3년간의 내신과 출결석, 특기사항, 체험ㆍ봉사활동, 수상 실적 등이 모두 기록된다. 대학 수시 입시의 핵심자료로 활용되면서 신뢰도는 더 중요해졌다. 수능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부를 토대로 뽑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입시의 대세여서 더욱 그렇다. 올해 4년제 대학의 수시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학생부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 확보는 필수다.
그런데 학생부를 무단으로 정정하거나 조작했다가 발각된 건수가 최근 3년간 308건이나 된다. 그렇잖아도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이 더 불신을 받게 됐다. 학생부를 조작한 행위에 대해선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조작이 드러나면 합격을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 학종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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