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지검이 밝혀낸 가스 폭발 공포의 宿主

-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의 비리 백태-

지난 7월21일 중국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났다.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항저우에서다. 식당 등 다중밀집 시설이 있는 건물이 화마에 휩싸이는 화면이 세계로 방영됐다. 이 사고로 50여 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우리 언론의 분석은 하나같았다. ‘안전 의식이나 안전 기준이 낮은 중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정말 그런가. 정말 우리는 그런 가스 폭발 사고에서 안전한가.

1994년 서울 아현동에서 블록밸브 폭발사고가 났고, 이듬해 대구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났다. 두 사건 모두 국민에 준 충격과 공포가 컸다. 그런데 이게 과거의 예가 아니다. 중국 사고보다 한 달여 앞선 6월23일 부산 영도구에서 도시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가 났다. 10월23일에는 경북 울진의 한 아파트에서도 폭발사고가 났다. 사람이 다치고 재산 피해가 났다. 2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것이고, 중국에 나을게 없는 것이다.

대부분 인재였다. 사람이 인입 공사를 잘못했고, 사람이 밸브 관리를 잘 못했고, 사람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 모든 가스 사고의 근본적이며 최종적인 책임은 가스공사에 있다. 그래서 공(公)기업이다. 그런데 뇌물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원지검이 밝힌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직원들이 하청 업체의 돈으로 해외여행 경비를 물 쓰듯 하고 다녔다. 수천만원대 골프 접대는 기본이고, 아예 업체로부터 신용카드까지 받아 사용했다.

말할 것 없이 뇌물의 대가는 공사였다. 여건이 안 되면 정상적으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에 압력을 넣어 하도급을 주도록 유도했다. 한 업체는 이런 식으로 34억원 상당의 공사를 독식했다. 제대로 된 공사가 될 리 있나. 공사 측은 이런 비리가 개인의 일탈 행위라 해명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수사 내용이 그렇지 않다. 걸려든 직원만 전·현직 포함해 17명에 달한다. 범죄 행위 기간도 2012년부터 수년간 지속적이다.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적폐의 정황이 역력하다.

가스는 시민의 생활을 편하게 하는 도구다. 반면, 언제든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흉기다. 이번에 밝혀진 가스공사 비리 백태를 들은 시민이라면 누구든 안전한 도구보다 끔찍한 흉기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검찰 수사는 환부(患部)만을 도려내는 임시처방이다. 이제 필요한 것이 근본적인 수술이다.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특별감사가 시작되어야 한다. 감사해야 할 방향은 수원지검 조사 기록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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