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회 끝낸 선수들 아쉬움 가득
수십년 명문 육상부 명맥 끊어질 판
학교측 “대안 찾아봤지만 여건 안돼”
“친구들과 트랙에서 어울릴 때가 가장 행복해요. 계속 달리고 싶어요…”
육상 꿈나무 중학생 김시원양(15·의정부 금오중)이 지난 3일 연천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 경기도 평가전을 끝내며 한 말이다. 이날 경기는 시원양이 선수로 참가하는 마지막 대회였던 탓에 말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시원양이 속한 금오중은 의정부에 여자 중학 육상부가 있는 유일한 학교인데 내부 사정으로 지난 9월부터 감독과 코치의 부재, 육상부 해체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시원양 등 선수 4명도 선수로 뛰는 마지막 대회였다.
이날 오전 삼단뛰기 종목에 참가한 오소현양(15)과 이영은양(13)이 홀로 연습하는 것을 두고 의아해 한 다른 학교 코치들이 “너희는 왜 코치랑 감독이 없니”라고 묻기도 했다. 질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들은 풀이 죽은 채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했다. 소현양과 영은양의 계속된 도움닫기 실패, 무릎 부상 등을 염려한 다른 학교 코치가 그만 뛰는 것을 권했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한 번만…한 번만 더 뛸게요”라고 대답했다.
800m가 주력인 윤태경양(13)의 경우 처음 3천m에 도전했으나 결국 완주에 실패했다. 대회 후 풀이 잔뜩 죽은 아이들은 “분하고 아쉽다”라며 “육상부가 해체되면 앞으로 어서 달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아 불안감을 드러냈다.
앞서 감독과 코치가 없는 육상부에 4명의 선수는 대회 참가를 위해 자율 훈련에 나섰다. 방과 후 오후 4시부터 의정부 종합운동장에 모여 서로 기록을 봐주고 모니터링을 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몇 달간 전문적 관리가 없던 탓에 선수들의 체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 선수는 “달리는 게 좋아 초등학교 때부터 코치의 지도로 훈련해 왔었다. 그래서 “지금의 자율 연습이 매우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4명의 아이는 대회를 끝으로 육상을 접는 한편 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람 수십 년 전통의 육상부가 해체 절차를 밟게 된 배경에는 지난 8월부터 운동부 감독(학교교사)과 코치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후 학부모와 학교 측 간 팽팽한 의견 대립, 좁혀지지 않는 요구 사안 끝에 결국 ‘운영 불가’라는 파행을 맞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선 명문 육상부 해체에 상당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회에서 만난 타지역의 한 코치는 “금오중 출신 육상인이 사회 곳곳에서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 만큼 경기북부지역 명문 육상부”라며 “초·중·고 연계 과정에서 사실상 의정부 지역의 허리가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오중 관계자는 “우리도 이번 해체를 막고자 다양한 대안을 폈음에도 현재는 운영할 여건이 전혀 안 된다. 이번 사태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만약 해체되면 의정부 여자 육상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구체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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