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야당 소속 지자체장을 상대로 실시한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5일 민주당 기초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50여 명은 지난 3일 대전 유성구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린 기초단체장협의회 총회에 참석해 ‘MB정부의 국정원 사찰에 대한 검찰수사 촉구 성명서’를 통해 불법사찰을 명백한 반헌법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한 검찰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자치단체장의 이념성’이라는 자의적 판단 기준으로 국가 예산과 감사권 등의 중앙행정기구를 통해 지방정부를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이는 지자체장 개인과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침해를 넘어 국가의 근간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불법 행위와 그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사찰 정황은 지난 9월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 보좌관 김성준씨의 유출 문서 일부를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당시 공개된 문건 가운데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에는‘부 야권 지자체장(광역 8명, 기초 23명)들은 국익과 지역발전보다는 당리당략 이념을 우선시해 국정 기조에 역행하고 있어 적극적 제어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해당 문건은 집권당과 중앙정부가 야권 지자체장들을 적극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부세 감액, 반환 등의 행정조치나 재정경제부를 통한 예산삭감, 감사원의 감사나 지방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를 통한 구체적인 압박 수단을 동원할 것을 제시하고 있어 발표 당시 논란이 일었다.
염태영(수원시장)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회장은 “문건에는 31명의 당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실명과 행적이 낱낱이 적혀 있다”며 “국정원이 공직자에 대한 내부 사찰을 일상적으로 해왔다는 것도 놀랍지만, 문건에 나와 있는 이른바 ‘문제’ 단체장에 대한 압박 수단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영문도 모르고 겪었던 강압적 감사나 행정조치들과 정확히 일치해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기강을 다시 세운다는 차원에서 반드시 불법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 참석한 기초단체장들은 ‘자치분권국가 실현을 위한 분권과제 이행 촉구·결의문’도 채택,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한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개헌안 논의가 국회에서 당파적 이해관계에 갇혀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민생행정의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국 시·군·구 기초단체장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
또한 기초단체장 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여수에서 개최된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를 통해 지방분권 국가 건설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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