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만 다섯 번 사고 낸 터널 참사 76세 운전자 / 이런데도 고령운전자 대책 내놓지 않을 건가

고령화 사회는 곧 고령 운전자 사회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보다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증가 폭이 훨씬 크다. 2010년 2천64만2천명이던 전체 면허 소지자는 2014년 2천976만5천명으로 늘었다. +12.7%다. 같은 기간 고령 면허 소지자는 123만명에서 207만9천명으로 늘었다. +60%다. 고령 운전자 사고 비중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비율이 2010년 5.6%에서 2014년 9.1%까지 높아졌다.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 위험 증가는 신체 노화와 직결된 필연적 결과다. 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자의 정지시력은 30대의 80%, 원근 조절 능력은 청소년의 10% 수준이라고 한다. 또 75세 운전자가 야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5세 운전자보다 32배 더 많은 빛을 필요로 하고, 밝은 빛으로부터 시력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5배 길어진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런 통계를 뒤집을 자료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라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고령국가인 일본은 고령자의 면허증 유효기간을 짧게 하고 강습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도 많은 주(州)에서 면허 갱신 기간을 연령에 따라 달리한다. 일본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토록 하는 극단적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늦었다. 면허 자진 반납 제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안전 교육 의무화나 적성검사 강화, 갱신 기간 단축 등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

창원 터널에서 참변을 낸 트럭 운전자가 올해 76세였다. 올해만 5번째 사고를 냈다. 주로 골목길에서 후진하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 사고를 냈다. 운전을 그만했어야 할 명백한 경고였다. 운송업체 측은 “이제 그만 하시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76세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지 못한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마도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역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을 막을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가 고령운전자 대책을 강조함에 있어 분명히 짚고 가야 할 명제가 있다. 제도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고령 운전자들의 생명과 안전이다. 차량 사고가 났을 경우 생명 위협의 첫 번째 당사자는 운전자 본인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에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는 대부분 고령 운전자 본인들이다. 결코, 어르신들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자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차원의 사회안전망을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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