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선, 사람이 죽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최소한 7번 이상을 윤회해야 인간의 몸을 받는다고 말한다.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다.
헌데 요즘 젊은이들은 쉽게 사랑을 나누고, 이로 인해 생기는 아이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혼한 부부들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 종종 낙태를 결정한다. 낙태가 불법인데도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낙태죄는 형법 제269조에 명시돼 있다. 임신여성이 낙태시술을 받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모자보건법상 낙태시술은 정신장애, 전염성 질환, 성폭행·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정부 연구조사를 보면 연간 17만~20만명의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가톨릭 국가에서는 낙태가 중죄다. 낙태를 죄악시하는 폴란드는 지난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어도 낙태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하는 ‘낙태금지법’ 시행을 추진했다. 그러자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광장에 모여 ‘나의 몸에 자유를 달라’ ‘나의 자궁은 나의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폴란드 정부는 낙태금지법 시행을 포기했다.
OECD 국가 중 한국과 이스라엘, 일본, 칠레, 핀란드 등 9개국을 제외한 25개국에선 임신부 요청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 폐지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날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낙태죄를 폐지하고 먹는 자연유산 유도약(일명 미프진)을 도입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엔 미프진 합법화 요구가 추가되면서 종전의 양상과 다소 달라졌다.
청와대는 참여인이 20만명이 넘으면 응대하기로 돼있어 이달 안에 해당 안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방침이다. 헌법재판소도 낙태죄 규정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 생명경시 풍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부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의견이 다양하다. 미프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냐다. 극단적인 폐지나 유지보다는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생명존중 인식의 유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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