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락 뉴스 보고 시장 왔는데 양념류 가격 올라 부담 여전 ‘포기’
금쪽같은 시간 ‘김장투자’에 부정적 간편하게 ‘포장김치’ 구매주부 늘어
유통업계 “11월 김장대목 이젠 옛말”
“배춧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올해는 김장해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7일 인천시 남동구 한 대형마트를 둘러보던 주부 이현자씨(54)가 한숨을 내쉬었다.
배춧값이 폭락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김장을 위해 마트를 찾았지만, 마늘과 고춧가루 등 양념류 가격은 오히려 올라 김장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년 가족들이 먹을 김치를 정성껏 담가야 한다는 생각에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그냥 소포장 된 김치를 사서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인천 구월동 농수산물유통센터를 찾은 김수진씨(34)는 울며 겨자먹기로 김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배춧값이 폭락했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기에 이번에는 저렴하게 김장을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양념류 물가를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적으로 배추 재배면적이 20% 가까이 늘어났고 작황도 좋아 김장철 배춧값이 폭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주부들의 김장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당 배추 평균 가격은 740원으로 전월대비 57.3%나 하락했지만, 고춧가루 가격은 전월대비 53%가 상승했다.
재료비 뿐 아니라 김장을 위한 주부들의 노동력 투자를 고려할 때, 김장보단 사서 먹는 쪽을 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상 종가집이 주부 1천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김장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CJ제일제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대부분 응답자들은 김치를 사서 먹겠다고 답했고, 김장을 하더라도 10포기 이하의 소량만 하겠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가족들이 둘러앉아 김장하고, 김치를 나눠 먹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지만, 요즘처럼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에는 말 그대로 옛날 얘기일 뿐”이라며 “앞으로는 점점 더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