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졸(卒)에서 차(車)가 된 대한민국?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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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에 있어 50년대에는 대한민국은 언제 죽어도 그만인 졸(卒)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중요한 차(車)가 돼 있습니다”

 

8일 아침 강의 중에 귀에 쏙 들어온 북한전문 강사의 말이다.

 

최근 미국의 전방위적 국방비·경제적 압박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대한민국 곳곳에서 새우등 터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졸에서 차가 됐다니 귀가 쫑긋할 수밖에….

 

미국이 러시아(구 소련)와 세계 군사 최강국 경쟁을 벌이던 50~60년대에는 미국에 있어 대한민국은 전략적으로 장기판의 졸에 불과했지만, 중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최근에는 주포 역할인 차가 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 중국 경계 태세부터 유사(군사적 충돌)시까지 대한민국은 지리·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요충지라는 설명이다.

 

언뜻 느낌처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나’라고 여기고 싶지만, 이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것일 뿐 이해가 뒤따르니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초강국에 북한까지 낀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내(대한민국) 뜻보다 사방의 이해관계를 먼저 살펴야 하는 현실이 답답스럽다. 항상 경우의 수를 달고 다니는 한국 축구처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8일 떠났다. 그는 떠나기 전 대한민국 국회 연설을 통해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하에 양국간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 한·미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이 주문한 장비(무기)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이로 인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발언도 있었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를 무기 판매로 메우겠다는 메세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도사리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왠지 손목 비틈을 당한 찝찝함을 지울 수 없다. 자력으로 차(車)가 될 수 있을까.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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