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독도 새우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기자페이지

동해는 수심이 깊다. 국토의 막내, 독도도 동해에 있다. 이곳에서 유영을 즐기는 녀석들이 있다. 엷은 붉은색에 옆구리에 큰 흰점무늬가 있다. 4살 정도까지 수컷이고, 4살 반에 성별(性別)이 바뀐다. 곤쟁이류와 갯지렁이류가 이들의 먹잇감이다. 길이는 30~40㎜ 남짓하다. 독도 인근 바다에서 서식한다고 해서 흔히 독도 새우라고 불리는 갑각류다.

▶최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위한 청와대 국빈 만찬 식탁에 이 녀석들이 올라왔다고 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인 만큼 우리로선 대수롭지도 않다. 그런데 일본이 트집을 잡고 나섰다. 그 까닭이 어처구니가 없다. 일본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보자. “죽도는 일본 영토이니 한국이 독도 명칭이 들어간 수산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일본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미·일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움직임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독도 새우에 대해선 “다른 나라 접대 내용에 대해 정부 차원의 논평은 하지 않겠지만, 왜 그랬을까 싶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극우 성향의 신문은 ‘반일 만찬’이라는 헤드라인까지 뽑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포옹한 것을 놓고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론한 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며 “한국 측에 계속 모든 기회를 통해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국빈 만찬 메뉴에 한 술 더 떠 초대 손님까지 참견하고 나섰다. 내정 간섭이 따로 없다. 

▶국빈 만찬 비용은 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절차에선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120여 명이 참석해 150여 분 동안 진행된 만찬이었다. 청와대가 건배주부터 디저트까지 음식 하나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만찬 식재료에 일본이 죽도라고 부르는 독도 근해 새우가 들어갔으니 요즘 말로 대박이다.

▶청와대가 고심 끝에 마련한 독도 새우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이러한 의미가 발현돼 한미 관계가 더 도약하길 바라지만,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는 심기가 불편했나 보다. 트럼프 대통령 방문 성과에 독도 새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외교적 수사(修辭)이겠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한 수 위였다면 성급한 판단일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