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자치경찰에 일부 범죄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발표했다.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내용으로 전국 각 시ㆍ도에 자치경찰본부를 둬 일부 민생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시·도 자치경찰대는 시장·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되며, 시ㆍ군ㆍ구 단위로 2만여 명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자치경찰은 범죄 예방과 단속, 위험 방지, 공공질서 유지 등과 관련한 생활안전·교통·경비업무 및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개혁위는 자치경찰이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가벼운 사기·절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범죄와 공무집행방해·음주운전 사건 등의 수사권을 보유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보안·외사·정보 등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사무, 사이버테러 수사 등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국가경찰 영역으로 남겼다.
경찰개혁위의 자치경찰제 권고안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공룡’ 국가경찰 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새여서 중앙집중적 경찰권력을 해체하려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별도 자치경찰을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을 뿐, 기존 국가경찰에는 손도 못대 ‘무늬만 자치경찰’이란 지적이다. 이에 자치경찰 도입을 사실상 거부했던 경찰청 고위층의 논리가 경찰개혁위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일선 경찰 내에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이에 수사 관할권 다툼이 우려될 정도로 수사권을 대폭 자치경찰에 넘겨주는 내용’이라거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확정도 안 된 상황에서 경찰 권한 분산부터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주 자치경찰은 수사권이 따로 없고 일부 권역 순찰이나 교통관리, 관광경찰, 특별사법경찰 등으로 활동이 제한돼 있다. 여기에 비교할 때 개혁위 안이 자치경찰에 지나치게 많은 수사권을 넘긴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으로 현 경찰이 ‘식물 경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도한 경찰권 강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가 이뤄져왔다. 문재인 정부의 분권 의지가 담겨있는 제도다. 하지만 개혁위 권고안이 성급하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보완할 대목이 적지 않다. 권고안엔 자치경찰 예산이나 인력 문제 등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제도 개혁 전에 충분한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다 세밀한 안을 마련해야 갈등을 줄이고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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