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헌법에서 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

▲ 고문현
▲ 고문현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다. 옛날 고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중국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자를 그 나라의 중요한 언어로 차용하고 있는 일본과도 긴밀한 교류를 하고 있다. 가끔씩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간판이나 안내도의 한자표현이 필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 적이 많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헌법을 가르치면서 느낀 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대한민국헌법은 우리나라의 기본법이다. 이 기본법인 헌법은 1948년 7월12일 제정되었다. 이후 9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국회에서 제10차 헌법개정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필자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헌법은 제정당시부터 국한문혼용체로 표시되어 있으며, 전문,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 부칙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라고 밝히고 있고 총강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9조)고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제대로 알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선현들의 눈부신 성과물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소’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 등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

 

헌법을 강의할 때 구두로만 말하거나 한글로만 칠판에 쓰면 동일한 표현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한자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용어가 있다. 전술하였듯이 우리 헌법은 제1장 총강 앞에 전문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시하지 않고 한글로만 표시하면 전문을 포함한 헌법 전체를 의미하는 헌법전문(全文)인지 아니면 총강 앞에 있는 전문(前文)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학생에게 헌법전문을 읽으라고 구두로 말하면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애매한데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표현하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또한 헌법 제5장의 제목이 법원인데 이것을 한글로만 표시하면 법학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로서 법의 존재형식을 의미하는 법원(法源)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재판하는 곳인 법원(法院)을 지칭하는지 여부가 매우 불분명하다.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법원(法院)이라고 표현하면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우리 고유의 문자를 만드신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것이며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한글사랑운동을 펼치신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한글만 사랑하여 이것만 사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잘 이어받아 ‘온고이지신’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우리의 문자인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발음기호로 읽어야 하는 영어와 비교해보아도 한글은 발음기호의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한글과 수천년 전부터 우리 문화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한자를 적절히 혼합하여 효과적으로 교육한다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인재들을 많이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한문 혼용 교육 체계가 내실화되고 축적된다면 머지않아 한자에 조예가 깊은 노벨상 수상자, 세계적인 석학같은 제2의 원효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 확신한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