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가 요즘 회사 다닐 맛이 안 난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올해 초 회사를 옮긴 한 선배,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선배의 말투가 그리워서라는 생뚱맞은 답변이 돌아왔다.
사연인즉 그 선배는 항상 지위 고하를 떠나 상대방을 믿고 편안하게 만드는 말투로 인정받는 주인공이었다. 동료가 갈등 끝에 파기될 뻔한 계약건을 차분하면서도 힘 있고 자신을 내세우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로 끝내 성사시킨 일화도 있다고 했다. 그 장점 덕분인지 줄곧 실적 1등만 하다가 남들은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시점에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됐다는 것이다.
말투는 사전적 정의인 ‘말을 하는 버릇이나 본새’를 넘어 말하는 이의 ‘감정 전달자’ 역할을 한다. 똑같은 말이어도 말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른 말투가 되고 이를 듣는 사람의 감정도 달라지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해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속담인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와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가 그렇다. 성경 잠언에는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멈추게 하고, 사나운 말은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고 경고했고 ‘상냥한 혓바닥은 목숨의 나무로다’라며 좋은 말투의 가치를 강조했다.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분야별 화법 분석 및 향상 방안 연구(직장 내 대화법)’ 자료를 보면 직장 업무수행이나 지시 상황에서 말로 인해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갈등 발생은 모두 불쾌한 언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상사와 부하 관계뿐 아니라 동료 사이에도 빈번하고, 이에 직장 내 화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유명 결혼정보회사가 데이트폭력이 사회문제화된 시점에 ‘연인의 말투’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 결과는 어떤 것이 좋은 말투인지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당시 응답자들은 기분 나쁜 말투의 유형으로 시니컬하거나 성의없는 무시성, 직설적인, 단호한 말투 등을 꼽았다.
이를 거꾸로 실행하면 누구나 호감 느끼는 좋은 말투의 소유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문가들은 일단 녹음기로 자신의 언어습관을 확인하고 장단점을 분석하라고 권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자신의 말은 아끼라고도 조언한다. 좋은 말투는 결국 나와 남의 말을 듣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유념해야겠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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