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서울 먼지전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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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미세먼지에 급성 노출시 기침과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천식이 악화되고 부정맥이 발생한다. 만성 노출시에는 폐기능이 감소하고 만성 기관지염이 증가해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심장이나 폐질환자, 아이와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영향이 더 크다. 미국의 일리노이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심근경색이 있었던 사람은 2.7배, 당뇨병을 가진 사람은 2.0배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심부전환자의 사망위험이 약 2.5배 높았다.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 도로 주행과정 중 발생하는 먼지 때문이다. 서울시가 20일부터 당일(0시~오후 4시) 초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가 ‘나쁨’ 수준(50㎍㎥)을 넘고, 다음 날도 같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경우 출퇴근 시간 시내버스, 마을버스, 지하철, 경전철을 무료로 운행하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요금 면제는 출근 시간인 첫차 출발 때부터 오전 9시까지,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적용된다.

 

서울시는 수도권 통합환승제를 적용받는 경기·인천 버스도 참여할지를 두고 수도권 지자체들과 협의를 해왔다. 하지만 협의가 제대로 안돼 서울시만 단독으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작하게 됐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임승차에 따른 경기도 등 수도권 버스회사의 환승 요금 손실을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에서 보전해 줄 계획이다.

 

서울시 정책에 경기도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연간 15일 실시한다고 했을 때 예산이 연간 1천억원을 넘어서고, 경기도는 이 중 367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혈세를 투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의 미세먼지 정책은 포퓰리즘적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며 “경기도는 경유 버스를 모두 친환경 전기 버스로 대체하는 등 독자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실시하면서 시민들은 서울 버스는 무료로 탈 수 있지만, 경기·인천 버스는 돈을 내고 타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2015년 기준 127만7천명이다.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세먼지 대책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지자체 제각각 따로 펴는 정책은 실효성이 낮다. 수도권 3개 지자체의 교통정책과 맞물려 미세먼지 대책도 함께 풀어 나가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울시만 앞서 나간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협치가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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