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문진표 길가에 내다버린 황당한 치과

수백 명 아이들 개인정보 ‘재활용’ 위험까지

▲ 경기도내 한 치과병원이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한 수백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구강검진 문진표를 별도의 처리없이 외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 경기도내 한 치과병원이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한 수백여 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구강검진 문진표를 별도의 처리없이 외부에 버린 것으로 드러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안산지역의 한 치과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구강검진을 실시한 뒤 문진표와 검진결과통보서를 파기하지 않고 그대로 길거리에 내다버려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해당 치과는 이 같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학교 측에 알리지 않는 등 무책임한 대처로 일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들은 지역 치과의사협회 등과 계약을 맺고 매년 학생들의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가 지역치과의사협회 소속 치과 명단을 공지하면 학생들이 원하는 치과를 선택해 방문, 구강검진을 받는 방식이다. 문진표와 구강검진결과통보서 등은 원칙적으로는 학교에서 보관해야 하나, 상호 협의에 따라 치과에서 보관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안산시의 A 치과가 지난해 실시한 구강검진 문진표와 결과통보서 수백 장을 일반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들은 당연히 거쳐야 할 파기 등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온전한 상태 그대로 유출됐다. 학교, 학년ㆍ반ㆍ번호, 이름, 생년월일 등 학생들의 인적사항은 물론 우식치아, 결손치아, 구내염 여부, 부정교합, 구강위생 상태 등 건강 정보들까지 빼곡히 기록된 채였다.

 

A 치과는 지난 22일 오후 문서들을 내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문서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H초교ㆍM초교ㆍK초교 등 무려 3곳의 초등학교가 포함돼 있었다. 실제 피해 학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진표나 구강검진결과통보서 등의 유출은 엄연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 행위다. 현행법상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 멸실, 변경, 위조 또는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건강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 정보’로 분류돼 더 엄격한 보호가 요구된다.

 

게다가 A 치과는 문서 유출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5일이 넘도록 피해 학교 측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도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위반에 해당한다.

 

어처구니없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피해 학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안산 H 초교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화가 나지만, A 치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면서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치과 관계자는 “직원이 문서 폐기 방식을 잘 몰라 실수로 버린 것 같다”면서 “유출 사실을 학교에 알려야 한다는 법 조항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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