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탁모 윤남희씨 "기 죽어있던 아이들…안정 되찾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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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아동 위탁보육한 윤남희 위탁모 인터뷰

“기 죽어 있던 아이들이 지금은 안정을 찾아 자기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죠.”

 

지난 23일 남자아이 두 명을 4년째 위탁가정에서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위탁모 윤남희씨(53·여)를 만났다. 가정위탁은 친가정에서 아동을 키울 수 없을 경우,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아동을 양육했다가 다시 친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윤씨가 맡고 있는 A군과 B군은 형제다. 이들 형제의 친모는 사망했다. 아이들은 과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방치됐다. 결국 친부는 학교 상담교사였던 윤씨에게 “2주 후에 찾으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아이를 맡겼지만 연락이 두절됐다.

 

윤씨는 “아이들 친가정을 방문했을 때 난장판 수준이었고, 추울 때 아이들이 얇은 옷만 걸치고 다니는 것을 알았다”면서 “처음엔 아이들을 맡기려고 그룹홈(청소년·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소규모로 묶어 관리인과 생활하게 하는 제도)을 친아들과 알아봤지만 우리 가정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윤씨네 가정에 온 아이들은 자기표현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몰래 가져갈 정도였다. 윤씨는 “아이들이 용돈이 필요해도 말 못하고 돼지저금통 안에 있는 돈을 몰래 빼가거나 했는데, 지금은 많이 안정되고 자리잡혔다”며 “원래 아이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는데 올해 봄부터는 호칭을 연습해서 엄마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아이들을 위해 4년째 상담치료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윤씨가 아이들의 엄마가 된 후에는 다른 상담 선생님을 붙였다. 그는 “아이들은 상담사와 함께하며 부모와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더 다양한 세상을 접할 수 있다”면서 “심리치료와 학습도우미를 병행하며 4학년 때 더하기 빼기도 못했던 아들이 지금은 수학 100점을 받아온다”고 자랑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아이들을 소개받아 위탁가정이 된 전형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맡게 된 후 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위탁가정이 다함께 가는 캠프 덕에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과 베개싸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재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씨는 어린 아이들이 친구들을 의식할까봐 젊게 보이기 위해 염색도 꾸준히 한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다른 위탁가정을 보면 훌륭한 엄마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껴요. 저도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아이들이 언제든지 아빠에게 돌아가는 걸 꺼리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3년간 서로 적응하는 기간을 지나 이제 친해져가는 단계에 들어왔어요. 앞으로 사춘기가 지나면 서로의 소중함을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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