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께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동일하이빌 3단지 앞 삼거리. 마을버스 1대가 이곳을 지나려는 순간, 신호등이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마을버스는 갑자기 속력을 내더니 그대로 신호등을 통과해버렸다.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 길을 건너려던 시민들은 갑작스런 버스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곧장 횡단보도를 건넜다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이었다. 시민 P씨(56)는 “횡단보도 녹색등이 들어와 건너려다 깜짝 놀랬다”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설치된 신호등이 황당한 신호체계 탓에 오히려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해당 지점에서 사망사고까지 발생,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만 있다.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10년 6월 신봉동 동일하이빌 3단지 정문 앞 삼거리에 주민 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설치했다. 설치 이후부터 황색 점멸등으로만 운영되다가, 교통사고 위험성을 제기한 입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달 18일 신호체계를 개편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입된 신호체계가 오히려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편도 2차로인 이곳은 아파트 정문 양쪽으로 각각 2개의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신봉고등학교 방면으로 향하는 신호 체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봉고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용 신호등은 ‘녹색→황색→적색 및 좌회전→적색→녹색’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차량용 신호등이 ‘황색’에서 ‘적색 및 좌회전’ 신호로 바뀌는 순간 1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황색등을 본 차량들이 무리하게 신호를 통과하려고 속력을 높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22일 오전 8시50분께 이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고생이 마을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통안전공단도 이곳 교통신호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차량이 지나가는 시점에 횡단보도 보행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사고 위험이 높아 보인다”면서 “신호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용인서부서 관계자는 “교통신호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횡단보도 보행등이 켜지는 시간을 2초 정도 늦추고, 무인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