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勇將> <智將>
북한이 29일 새벽 3시17분께 동해 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1번째다. 내심 ‘새삼스럽지도 않다’고 여길 국민의 ‘안보 무감각’이 걱정된다. 지난 1970년 3월 북 도발에 통쾌하게 보복 응징한 용맹한 장군이 오버랩된다. 훗날 ‘풍운의 별’, ‘왕별’로 불리는 박정인 장군. 그는 함남 신흥 출신의 반공투사로 1972년 백골사단으로 불린 3사단장에 취임한다. 박 장군의 전설은 다음해 3월7일 시작된다. 철책을 맡고 있는 백골사단은 DMZ 표지판 보수를 위해 정전협정 절차에 따라 북측에 통보한 뒤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는 남북협상이 진행 중이라 상호 비방방송마저 중단했다. 그럼에도 북측은 남북 분계선 바로 앞에 GP를 설치, 대남 비난 심리전을 펴고 심지어 귀대 장병에게 기습 사격을 가했다. 우리 측은 대위와 하사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휴전상황에서 총격을 가했으니 정전협정 위반이며 전쟁도발이나 마찬가지다. 박 장군은 북의 도발에 즉각 대응했다. 사단 관측기를 공중에 띄워 북한 초소에 105밀리, 155밀리 곡사포를 조준, 포격했다. 이어 연막탄을 발사해 부상 장병을 구출, 귀대시켰다. 한 걸음 더 나가 이날 밤 사단 트럭들을 동원, 전조등을 밝힌 채 DMZ 남방 한계선까지 돌진했다. 놀란 북한 병사는 혼비백산 도주하고 김일성도 급박했는지 전군에 비상 동원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6·25전쟁 이후 북측에 포 사격을 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뼛속까지 군인인 그는 그 해 4월 보직 해임, 전역했다.
그로부터 44년이 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측 반자동화기인 AK-47 소총 수십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깨트린다. 우리 군의 권총 소리가 아니니 장병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의 머릿속엔 ‘전쟁’이라 두 글자가 스쳤을 것이다. 후방에서 뉴스로 접하는 국민의 놀람과는 천지차이. 당시 급박한 상황에도 권영환 경비대대장은 차분한 판단과 현명하게 대응, 북한 귀순병을 무사히 후송했다. 세계는 권 대대장의 대처와 경비대대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박 장군이 용장(勇將)이라면 권 대대장은 지장(智將)이다. 북 미사일 위협은 이제 미 워싱턴DC에 도달하고도 남을 만큼 영역을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대한민국의 독자적 제재가 필요하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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