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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의 1일 체험]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
사회 1일 현장체험

[박준상 기자의 1일 체험]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

▲ 박준상기자 현장체험
▲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 1일 체험에 나선 박준상 기자가 안성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검수위원으로 부터 건물 외벽 점검 사항을 전달 받고 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입주한 새 아파트에서 여러 가지 하자가 발견된다면 불만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격분하게 된다.

 

대부분 입주 전 내부를 세심히 살피고 하자 여부를 확인한 뒤 입주를 한다고 하지만 각종 결함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경우 원활한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골치를 썩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는 입주 전 민간아파트의 하자 여부를 전문가가 직접 점검해주는 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28일 이른바 ‘공동주택 주치의’로 통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을 만나 현장검수에 동참해봤다.

▲ 아파트 시공자로부터 단지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아파트 시공자로부터 단지 구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안성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아직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텅 비어 있는 이곳에서 15명의 현장 검수반과 합류했다.

 

민간아파트를 미리 점검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은 현장 품질검수 시 이처럼 15명 이내의 ‘현장 검수반’을 꾸려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검수반은 도에서 위촉하는 검수위원을 중심으로 건축ㆍ전기ㆍ기계ㆍ소방ㆍ안전ㆍ조경ㆍ토목ㆍ교통 등 분야별 민간전문가와 공무원, 입주예정자, 시공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날 현장 점검에 참여한 김용천 경기도 공동주택과 품질검수팀장은 “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은 시공품질 차이로 벌어지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와 시공자 간 분쟁 예방을 위해 지난 2006년 10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제도다. 발족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 6기 검수단 100여 명이 위촉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공동주택의 건축자재 선택, 안전, 입주자 생활편의 하자예방 등과 준공 후 사후관리까지 전반에 대한 기술 노하우를 자문ㆍ전수하고 있다. 선분양 제도로 모델하우스나 카탈로그만 믿고 입주를 했다가 실제 모습과 달라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의 간략한 소개를 듣고 검수반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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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보일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검수 위원들은 입구 가장자리부터 하자 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해 나갔다. 검수 위원이 특정 장소를 가리키면 그곳을 향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김 팀장은 “현장 검수 도중 하자가 발견될 경우 ‘현장 점검표’에 체크하고 이렇게 사진을 찍어 놓는다. 점검을 모두 마친 뒤 총평 회의에서 점검표와 사진을 토대로 하자 여부 및 시정조치 등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하자가 없어 보이는 아파트임에도 검수 위원들의 깐깐한 손길은 분주했다. 미세한 결함에도 검수위원의 눈은 쉽사리 지나치는 법이 없다.

 

현장 검수는 일반인도 어느 정도 점검이 가능한 ‘샤워부스 흔들림’, ‘돌출 모서리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수건 선반 위치 조정’, ‘욕조 주변 코킹 미처리’ 등부터 전문가의 안목이 요구되는 ‘엘리베이터(EV) 인양 고리 중량표시’, ‘발코니 결로 방지’, ‘소음차단 정밀시공’ 등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이뤄진다.

 

검수반에 섞여 내부 곳곳을 살폈지만 애석하게도 ‘기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얗게 잘 발려진 벽지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여닫히는 테라스 도어 뿐 이렇다 할 결함은 보이지 않았다.

 

김 팀장은 “수많은 자재와 복잡한 공정으로 집약된 인공 구조물인 공동주택을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가 품질이상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수단이 입주 예정자들과 함께 점검을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점검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의 입장에서 품질을 사전 검사해 주택품질 향상과 입주민의 권익보호 및 입주민 만족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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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주차장 입구 저명등의 하자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현장 검수반의 이점은 입주 예정자가 검수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역시 분야별 전문가와 시공자 외에도 해당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예비 입주민도 함께 검수에 임했다.

 

입주 예정자 A씨는 “검수단 활동 덕분에 입주 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가 최소화되는 것은 물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A씨는 또 “세대 내부뿐 아니라 아파트 옥상부터 지하주차장과 기계ㆍ전기실ㆍ외부의 포장 및 조경 등 입주민이 놓치기 쉬운 공용부분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점검하고 지적해 줘 안심이 된다. 앞으로 품질검수제도가 전국적으로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검수는 아파트 내부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아파트 출입구부터 주차장, 놀이터, 주변 조경에 이르기까지 단지 내 모든 곳을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진다.

 

아파트 밖으로 나와 아파트 외부 및 지하주차장 내외부, 출입구 차단기 등을 두루 살폈다.

 

욕심이 앞섰을까. 애꿎은 주차장 조명등을 붙잡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역시나 전문가들의 표정엔 ‘이상 없음’이다.

 

김 팀장은 검수단 첫 출범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공동주택 740여 개 단지 45만여 세대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발견된 품질결함 및 하자만도 4만 3천600여 건에 이른다고 하니 그 효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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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위원과 함께 내부 조명 및 구조를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검수단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전주시를 시작으로 군포ㆍ성남ㆍ군산ㆍ충북ㆍ창원ㆍ경남ㆍ전북ㆍ영주 등이 주택 품질검수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검수위원 B씨는 “입주민들의 집을 검수위원들의 집처럼 꼼꼼히 점검해달라는 부탁과 검수위원들에게 위임해준 막중한 책임감으로 품질검수에 임하고 있다. 건설사와 감리단 및 인허가기관의 협조를 통해 더욱 좋은 거주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품질검수 이후 분야별 검수결과와 지적사항 및 개선사항 등에 대한 자체 총평회의가 열렸다.

 

점검 과정에서 체크한 점검표와 촬영된 사진을 놓고 검수위원 간 논의가 이뤄졌으며 품질검수 결과에 대한 입주 예정자와 공사 관계자 간 질문 및 토의시간도 주어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공상의 문제점들은 현장에서 바로 시공사에 시정을 요청하거나 별도의 공문을 통해 시공사 및 지자체에 시정조치를 통보하고 있다. 아울러 시정조치 이후에는 지적사항에 대한 사후점검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김 팀장은 “아파트의 경우 작은 틈새 하나에도 안전사고 및 하자가 발생할 수 있어 품질검수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입주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로 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입주 전 입주민의 애로사항을 개선해 하자 없는 주거와 살기 좋은 공동주택이 조성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공화국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에서 공동주택 곳곳을 훑는 검수단의 ‘눈’이 펼쳐갈 활약을 기대해본다.

박준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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