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딜레마] 시작된 ‘乙들의 전쟁’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향한 첫 걸음이 한달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천530원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영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높아진 임금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임금을 줄이려는 이들과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한 근로자 간의 ‘을과 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본보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1. 임금 줄이려는 소상공인 VS 일 구하려는 알바생
# 업주 입니다.
안산시 상록구에서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는 방지환씨(34)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출은 몇 개월째 제자리걸음인데, 직원들에게 줘야 할 인건비가 늘게 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인상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고민하던 그는 결국 지난 10월부터 아르바이트생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3일 오전 11시께 방문한 방씨의 매장에는 직원이 단 1명도 없었다. 매장 오픈을 함께 준비하던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을 조정, 오후부터 출근하도록 하면서 혼자서 매장 오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청소 등 홀로 오픈 준비를 마친 방씨가 향하는 곳은 주방이다. 주문이 들어오는 피자를 만들기 위함이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방씨 뿐이라 배달은 꿈도 못꾼다. 결국 방씨는 배달 대행 업체에 건 당 3천100원의 요금을 내며 배달을 의뢰하고 있다.
방씨는 “오전에는 그나마 주문이 적어 홀로 버티고 있다. 오후 2시에 아르바이트생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며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올라 배달도 대행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더 싸다. 어떻게든 인건비 줄이기 위해 한마디로 매일이 전쟁이다”고 말했다.
# 직원 입니다.
방씨의 매장에서 1년 넘게 주방 및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온 최한호씨(27ㆍ가명). 현재 최씨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 배달과 주방 일을 하고 있다.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오픈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방씨와 함께 일을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들린 뒤부터는 출근시간이 늦춰졌다.
이 때문에 주 5일을 꼬박 일하고 받는 급여도 100만 원가량으로 40만 원 넘게 줄게 됐다. 최저임금은 오른다는데 실제 받는 월급은 줄어든 것이다. 배달 일을 하는 최씨에게는 위험수당 등 각종 수당이 붙긴 하지만 줄어든 근로시간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활비는 물론 학비도 마련해야 하는 최씨는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다른 일을 찾아야 했고, 결국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게 됐다. 그러나 대리운전의 특성상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새벽까지 일을 해 몸과 마음의 피곤함은 기존 보다 몇 배 더 늘었다.
최씨는 “피자 배달이 훨씬 더 안정적이고, 낮에 할 수 있는 일이라 길게 하고 싶지만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장님을 보면 그런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며 “최저 임금이 오르는 만큼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들어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임금은 오르는데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져 우리 같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유병돈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