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법정 시한(12월2일)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한 여야는 3일 ‘자숙모드’ 속에서 물밑 대화를 벌였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회가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선진화법 제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교섭단체 간사로 구성된 ‘예산 조정 소(小) 소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핵심 쟁점 사업을 제외한 비 쟁점 사업에 대한 실무 심사 작업을 완료했다. 전날까지 협상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한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별도의 3자 회동은 하지 않은 채 전화통화 등 개별 접촉을 통해 접점 찾기에 나섰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4일 오전 공식 회담에서 합의를 시도한 뒤 타결에 이른다면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4일 오전 10시30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여기서 마지막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 증원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히 선명한 상황이어서 완벽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기국회 회기 마감인 9일,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예산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여야가 당리당략에 의해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역풍을 우려한 정치권이 절충점을 마련해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예산 처리 불발에 고개를 숙이는 한편 상대방의 양보와 결단을 압박하는 등 치밀한 여론전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가 잡힌 4일을 예산안 처리의 마지노선이라며 협력을 촉구한 반면 야당은 조속한 처리와 함께 예산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됐다”며 “야당에게 양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 수준에서 양보를 해 왔지만 새 정부의 국정운영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국당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정 시한을 지켜서 여야가 웃으면서 악수하는 모습 속에 내년도 예산이 통과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부담을 걱정하는 쪽에선 돈을 누가 부담하지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에서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공무원 증원은 미래세대에 너무나 가혹한 짐을 지우는 일이고 정부·여당은 수용 가능한 수정안을 마련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민·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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