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낚시어선 충돌사고는 긴급구조에 나선 해경 구조대가 골든타임(1시간)을 넘겨 뒤늦게 사고현장에 도착하는가 하면, 초동 조치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 총체적 부실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출동 대응 시간 단축을 위해 평택항에서 제부도로 옮긴 평택구조대는 양식장 등 각종 장애물로 인해 먼 길을 돌았고, 인천구조대는 낮은 수심·야간에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신형 구조함이 고장나 육로로 이동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4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복된 선체 수중 수색이 가능한 장비와 전문대원을 갖춘 평택구조대가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명진15호 선장으로부터 VHF무선으로 인천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사고가 접수된 오전 6시5분에서 1시간12분 지난 오전 7시17분이다. 평택구조대는 사고 현장에서 불과 12.8㎞ 떨어진 안산시 제부도에 주둔하고 있다. 시속 60㎞로 직선거리를 달리면 20분 안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직선거리에 양식장이 산재하고, 수심이 낮아 정상 운항이 어려워 남쪽으로 우회해서 사고 현장에 오느라 늦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구조대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사고현장에서 제부도보다 먼(약 25.6㎞) 인천 해경부두에 있는 인천구조대는 2척의 구조함 중 낮은 수심과 야간에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신형이 고장 난 상태였다. 기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구형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한 해경은 결국 오전 6시20분께 50여㎞를 차량으로 이동, 영흥도 진두항에 7시15분 도착했다. 이후 민간어선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발, 21분 뒤인 오전 7시36분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오전 6시5분 신고가 접수된 지 꼬박 1시간 31분이 지난 것이다.
해경이 최초로 사고 현장 출동을 명령한 영흥도 해경파출소의 고속단정(리브 보트) 상황도 의문투성이다. 해경으로부터 오전 6시6분 출동 지시를 받은 파출소 대원들은 곧바로 영흥도 진두항에 있는 고속단정을 타러 갔다. 그러나 고속단정이 나가야 할 항구에는 다른 배 7척이 계류하며 진출입로를 막고 있었다. 결국 파출소 대원들은 이곳에서 20분을 낭비한 후 오전 6시26분에 출발, 10분 거리를 16분이나 지난 오전 6시42분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당시 고속단정에는 레이더 등이 없어 육안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동하느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었다. 해경이 이렇게 헤매는 동안 오전 6시26분 명진15호 선원들이 바다에 떠 있는 생존자 서모씨(37) 등 4명을 구조했다.
그나마 가장 먼저 도착한 고속단정은 장비와 전문대원이 없어 직접적인 구조활동도 펼치지 못했다. 고속단정이 전복된 선체 수중 수색이 어렵다면 주변을 수색해 표류된 인원을 구조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 고속단정에 이어 오전 6시56분 도착한 해경 함정 P12정이 1시간 24분 뒤인 8시20분 표류 중인 2명(사망)을 발견해 구조했을 정도다.
최초 도착한 고속단정에 전문구조인력과 장비가 탑승했다거나,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 구조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이유다.
황준현 인천해경서장은 “사고 당시 기상과 지리적 여건, 가용 가능한 장비 등을 고려해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주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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