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부활했나… ‘해상재난 대응’ 여전히 무방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돼 2년 8개월만인 지난 7월 부활한 해경은 줄곧 ‘가장 안전한 바다 만들기’를 강조했다.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공식 행사 슬로건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안전한 바다, 해양경찰이 만들겠습니다’로 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3일 15명의 사망자가 생겨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에서 확인한 해경의 역량과 우리 바다의 안전성은 부활한 해경의 의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구조가 가능한 평택구조대가 처음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인천VTS(해상교통관제센터)가 사고를 인지한 오전 6시5분에서 1시간12분이 지난 오전 7시17분이었다. 인천 해경은 이로부터 20여분이 지난 오전 7시36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항해하는 선박간의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이를 모니터링하고 양쪽 선장들에 주의를 줘야 하는 VTS도 제역할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서 인천VTS는 사고 사실을 인지한 뒤 인천해경상황실에 전달하는 중계자 역할만 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사고 구역이 모니터링 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사고 해역 레이더 전파환경이나 통항량 등 선박교통안전 환경을 조사해 관제 시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흥도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해역은 평소 급유선들의 난폭 운항으로 낚싯배 어민들의 불편이 극심했고, 이로 인해 해경에 어려움을 토로한 곳이기도 하다.
해경이 사고 전 미리 해당 해역에 대한 관제를 시행했다면 VTS가 제 기능을 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바다안전 수호를 위한 해경 단속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상에는 육로의 교통법규와 같은 선박 입·출항법과 해사안전법이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정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도 존재한다.
그러나 해상에서 이를 어기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번 영흥도 낚싯배 사고를 낸 급유선 명진15호 선장 역시 법규상 마련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는 안일한 진술을 내놨다.
해사안전법상 다른 선박을 추월하려는 선박은 경적을 울려 의사표시를 하고, 다른 선박 역시 이에 동의하는 경적을 울려야 한다.
그러나 어민들은 해상 위에서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빨리 가기 위해 좁은 수로로 과속 운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경은 과속 운항에 대해 적절한 단속을 펼치기 어렵다.
해사안전법상 대형선박들이 밀집된 법정항로만이 규정 속도가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을 비롯해 수많은 배가 드나드는 수로는 규정 속도 규정 자체가 없다.
해사안전법상 ‘항상 안전한 속력으로 항해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규정만 마련돼 있을 뿐이다.
인천지역에서 어선을 운항하는 선장 박모씨(46)는 “도로에서는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 모두 단속 대상이 되고 이를 막기 위한 각종 법규가 생겨나지만, 해상은 여전히 큰 선박의 일방적 운항이 묵인되는 곳”이라며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 자체를 다시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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