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 인근 40곳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16만 가구가 들어설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한다. 정부는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개발되는 성남 금토, 성남 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역세권, 남양주 진접2, 부천 괴안, 부천 원종, 군포 대야미 등 경기도내 8개 지역을 우선 공개했다.
8곳의 공공택지 후보지 규모는 480만4천㎡에 이른다. 이중 남양주 진접2가 129만2천㎡로 가장 크고, 이어 구리 갈매역세권(79만9천㎡), 성남 복정(64만6천㎡), 성남 금토(58만3천㎡), 의왕 월암(52만4천㎡), 부천 원종(14만4천㎡), 부천 괴안(13만8천㎡) 등의 순이다. 480만4천㎡ 중 70%인 336만1천㎡가량이 현재 그린벨트에 묶여있다.
정부는 행복주택이나 보금자리주택 등 수도권에서 부지 확보가 마땅찮을 때마다 그린벨트를 풀었다.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공주택 사업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무더기로 해제키로 하면서 일각에선 환경 문제를 우려한다. 국토부측은 ‘수도권에선 그린벨트 해제 총량제가 운용되고 있으며 그린벨트는 이에 따라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해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많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이후 그린벨트 해제 소식에 당장 땅값이 2배나 오른 곳도 있고, 기획부동산이 난립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린벨트 지역에 투기가 몰리면 땅값이 오르면서 보상 가격이 높아져 정부 자금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크다. 1만2천600여 가구가 공급 예정인 남양주 진접2의 경우 지난달 개발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 강제 수용에 따른 낮은 보상비에 반발하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7만2천가구가 예정된 구리 갈매역세권 주민들도 수용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성남 금토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알짜배기 땅’으로 꼽혀 은근히 개발 기대가 높았던 주민들이 공공택지지구 지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택지지구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시세와 격차가 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그린벨트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1971년부터 8차례에 걸쳐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천397㎢의 면적을 그린벨트로 설정해 46년간 주민 재산권을 규제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을 한다며 정부 맘대로 그린벨트를 풀었다.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 그린벨트 지정권한을 시ㆍ도지사에게 이전하든, 아예 철폐하든 새 운용 원칙이 필요하다. 선진국처럼 보전가능지역은 공원으로 지정해 지자체가 관리토록 함으로써 보전과 개발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린벨트 제도 취지를 되돌아보며 현실과 조화시키는 방안을 원점서 재검토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