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 또 타율에 의한 혁신 원하는가

해경이 달라진 게 없다. 세월호 참사 때의 기능 그대로다. 허둥대고 갈팡질팡한 것도 같다. 대형 해난 사고를 겪을 때마다 ‘안전 불감증’이니 ‘인재’니 하는 말을 되뇌는 것도 이젠 지겹다. 언제나 대형사고 이면엔 관계공무원의 직무 태만과 무기력·대응력 부족·적당주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15명의 낚시 관광객 생명을 앗아간 인천 영흥도의 낚싯배와 급유선 충돌사고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같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수사와는 별도로 각 분야별로 해경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황준현 인천해경서장은 5일 5차 브리핑에서 영흥파출소와 인천·평택해경 구조대가 골든타임(1시간)내 출동하지 못한 사유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놨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구조 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민 눈높이에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민의 우려와 지적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죄가 옹색하고 궁상맞기까지 하다. 구조대가 빨리 도착했다면 더 많은 인명을 구출했을 거라고 자인한 셈이다.

전복된 낚싯배 선체 수중 수색이 가능한 장비와 전문 대원을 갖춘 평택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건 사고가 접수된 오전 6시 5분에서 1시간 12분 지난 오전 7시 17분이다. 골든타임 12분 초과다. 평택구조대는 사고 현장에서 불과 12.8㎞ 떨어진 안산시 제부도에 주둔하고 있다. 시속 60㎞로 직선거리를 오면 20분 거리다. 하지만 직선거리에 양식장이 산재해 있고, 수심이 낮아 정상 운항이 어려워 남쪽으로 우회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인천구조대의 상황은 더욱 기막히다. 제부도보다 먼(약 25.6㎞)인천해경부두의 구조대는 2척의 구조함 중 낮은 수심과 야간에도 운항할 수 있는 신형 구조함이 고장 난 상태였다. 기상 상황 등을 고려 구형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한 해경은 50㎞를 차량으로 이동 오전 7시 36분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오전 6시 5분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31분이 지난 거다. 역시 골든타임 초과다. 그러는 동안 급유선 선원들은 바다에 표류 중인 4명을 구출했다.

황 서장은 4일 4차 브리핑에선 골든타임을 놓친 사유를 늘어놓으며 그러니까 무엇이 문제냐고 강변했었다. 그뿐인가. 그는 첫 브리핑 때 사고 발생 시각을 오전 6시 9분이라고 했다. 실제 오전 6시 5분보다 4분 늦을 걸로 발표했다. 해경이 첫 신고 접수 시각을 임의로 발생 시각으로 특정한 거다. 늦은 골든타임을 축소해보자는 꼼수다. 우여곡절 끝에 부활한 해경에 대한 국민의 격려를 배신한 느낌이다. 해경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해난 사고에 대한 상시적인 구조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완벽해야 한다. 아울러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율에 의해 개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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