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내에는 많은 유서 깊은 장소들이 있다.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ㆍ넬슨 제독의 동상이 우뚝 서 있음)을 기점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엄 궁, 런더너들의 휴식을 제공하는 왕립공원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 Park)를 지나면 그 옛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 제국 시절 로열 패밀리의 안위를 책임 지던 호스가드(Horse Guard)를 만나볼 수 있다. 매일같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 곳에서는 멋진 제복을 차려 입은 근위병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다부진 체격의 근위병들은 자신이 근무를 서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일요일(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또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할 해상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휴일을 맞아 낚시를 하기 위해 배에 탔던, 그리고 그 배를 운항하는 선장을 포함해 15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차디찬 물속에서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했던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는, 어찌 보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였기에 가슴이 더 아픈 것 일지도 모르겠다.
#급유선 명진 15호(336t) 선장과 갑판원이 지난 6일 밤 구속됐다. 구속 사유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통상 급유선 운행 시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에는 2인 1조로 당직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 당직자는 전방을 주시하며 위급 상황 발생 시 선장에게 알리는 보조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갑판원은 해경 조사에서 “몸이 좋지 않아 뜨거운 물을 마시기 위해 조타실을 비웠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직무를 져버린 것이다.
#호스가드 근위병도 사람이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직무에는 충실하다. 그리고 그 행동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운항 전 병가를 냈을 수도 있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보온병에 물을 담아 갈 수도 있었다.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의 직무태만이 결국 소중한 목숨만 앗아간 셈이다. 호스가드 근위병의 자부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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