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지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에 지정 / 인력·장비·정보 체계 갖출 준비 서둘러야

반도체 기술 수사의 효시도 수원지검
삼성전자·SK 하이닉스 등 관할 막중
첨단산업수사의 ‘중앙수사본부’ 돼야

1998년 수원지검이 반도체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대만 경쟁 업체로 빼돌린 사건이었다. 전ㆍ현직 연구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유출된 기술의 핵심은 64메가D램 반도체 회로도였고, 유출 방법으로 이메일이 사용됐다. 당시로서는 모든 게 생소한 수사였다. 수원지검은 수사를 위해 형사부와 특수부 검사 10여 명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당시 수사가 수천억원 이상의 국익을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가장 수원지검스런 수사였다. 수원지검이 갖는 지역적 특성이 그렇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들이 관할 지역에 있다. 올 3분기 현재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4.5%다. 2위는 27.9%의 SK 하이닉스다. 삼성과 SK를 합친 점유율이 72.3%다.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두 회사다. 당연히 수원지검의 역할이 중요하다. 1998년 수사 당시에도 수원지검의 첨단범죄 전문화는 얘기됐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꼭 20년 만에 당시 주장이 현실화됐다. 대검찰청이 수원지검을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했다.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중점 분야에 대한 수사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도 했다. 준비를 거친 후 내년에 정식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잘한 일이다. 환영한다. 때마침 검ㆍ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영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모호해진 검찰로서는 분명한 역할을 부여받는 동기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대검이 언급했듯이 전문인력 배치가 중요하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기술은 일반 검사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교육을 통해 전문 검사를 양성해야 한다. 2년마다 교체하는 인사시스템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인력의 잦은 교체는 필히 전문성의 저하를 가져온다. 정보력도 전문화해야 한다. 1998년 반도체 수사도 사실은 삼성전자와 국가정보원 정보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첨단산업 범죄의 ‘중앙수사본부’를 만든다는 목표로 준비해야 한다. 현판식 한번 하고 사장 돼버린 수많은 제도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대검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을 일도 아니다. 수원지역의 여건은 수원지검이 가장 잘 안다. 수원지검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구상들을 대검에 건의하고 협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의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해도 된다.

좋은 구상은 철저한 준비가 따를 때 결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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