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가 범죄행위 면죄부 돼선 안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조두순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취감형(酒醉減刑·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형벌을 줄여주는 것) 폐지도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조 수석의 답변은 청와대 인터넷 청원에 대해 청원인 수가 한 달 동안 20만명 이상일 경우 청와대가 직접 답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이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2008년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강간 상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61만5천여 건에 달했다. 주취감형을 적용받아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2020년 12월 출소 예정이다. 청원 제기자들은 “술을 마셨다고 봐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했다.

조 수석은 ‘재심 요청’에 대해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이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즉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며 “처벌 강화를 위한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주취감형 폐지’에 대해선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으나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 조항 등이 음주 범죄에 적용될 수 있다”며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 사항에 관한 것이라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형법 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있다. 법원은 음주로 사물 변별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심신장애 중 하나로 간주해 왔다. 당시 검찰은 전과 18범인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주취감형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술 취해서’ 범행을 했다고 봐준 경우로 국민 법 감정과 거리가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술에 관대한 지 보여주는 사례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성폭력뿐 아니라 다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술을 먹었다고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식과는 동떨어진 현행 법이 음주 범죄를 방치하거나 되레 조장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경찰청의 2016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범죄자 995명 중 ‘주취’로 분류되는 사람이 390명으로 40%에 달했다. 성폭행 범죄자 6천427명 가운데 29%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음주가 범죄행위의 면죄부로 악용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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