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이 대단하다. 가히 광풍 수준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은 컴퓨터의 최소 정보처리 단위인 ‘비트(bit)’와 화폐를 뜻하는 ‘코인(coin)’에서 따왔다.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암호화폐)다. 미국발 금융위기때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창안해 2009년 1월 처음 선보였다. 일반적인 실물화폐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지만,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컴퓨터에서 만들어진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개발 이후 15개월이 지나도록 한 차례도 거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황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고, 올해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올 초 한 개에 1천달러(약 120만원) 수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지난달 말 1만 달러(약 1천200만원)를 돌파했다.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 광부들이 광산에서 금을 채굴하듯 어렵게 얻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사람들은 ‘마이너(miner·광부)’라고 부른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일종의 ‘암호’를 풀어야 한다. 암호를 풀려면 빠른 연산 속도를 가진 컴퓨터가 필요한데, 가정용 컴퓨터로는 몇 년을 투자해도 문제를 풀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비트코인은 ‘구매’를 통해서도 가질 수 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지갑’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하듯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인터넷 환전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완전한 익명으로 거래된다. 때문에 돈세탁이나 마약거래에 사용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유럽과 북미, 중국 등에서 현금처럼 쓰이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상위 3개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 코빗, 코인원 기준 월평균 거래금액은 2015년 470억원에서 2016년 11월 94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비트코인 바람이 한국에서 유독 거세다. 블룸버그는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정도가 원화로 결제되고, 국제 시세보다 20% 정도 높게 거래된다.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투기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지, 혼란만 부른 투기 자본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많은 사회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비트코인 시장의 투기 열기를 식히고 거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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