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받은 파주시장은 물러나면 끝나지만 / 그를 선택한 시민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

‘청렴’ 파주에서 ‘부정부패’ 파주로
지방 선거 검증 ‘도덕성’ 최우선돼야

이재홍 파주시장이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이 뇌물죄 등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3년에 벌금 5천800만원이다. 지역 운수 업체 대표에게서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 미화가 포함된 현금 이외에 고가의 명품백, 금도장까지 확인됐다. 또 다른 사람에게서는 선거 사무실 임차료 900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았다. 법원은 ‘죄질이 나빠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행정 고시에 합격한 뒤 청와대 비서관까지 지낸 엘리트 출신이다. 그런 만큼 그에게 걸었던 시민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장 취임 1년도 안 돼 사달은 시작됐다. 2015년 3월 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을 받으면서다. 이후 시장은 계속해서 경찰의 조사를 받는 피조사자 신분이 됐다. 2016년 12월 30일에는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다. 파주시는 시장 없는 시가 됐고, 내년 6월까지 이어지게 됐다.

시민이 받은 자존심의 상처가 크다. 1992년 이후 파주에서 민선 시장이 임기를 중단한 사례는 없다. 25년만에 처음으로 빚어진 시장 처벌로 인한 시정 중단이다. 시정도 모범적이었다. 폐수종말처리시설 운영ㆍ관리 전국 최우수 기관(3회 연속) 등 우수 지자체로서 인정받은 업적들이 많다. 특히 2013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깨끗하다는 인증이었다.

청렴도 평가를 한 단계 높이는 게 어렵다. 공직자들이 잘 안다. 수천명의 불특정 민원인을 대상으로 시정 청렴도를 평가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설문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평가에 대비하는 공직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파주시의 2013년 수상도 청렴 연극제, 정기적 청렴 교육, 부서별 청렴도 경합 등의 노력이 모인 결과였다. 이렇게 쌓은 탑이 이재홍 시장 한 사람의 물욕(物慾)으로 물거품이 됐다.

2년여 허송세월로 받은 지역의 피해는 또 어떤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사업,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 공여지 개발사업, 국제정밀의료센터 유치사업, 종합병원 유치사업 등의 현안이 즐비했다. 줄줄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일부 광역 사업이 진행됐다고 하지만 파주시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었다. 이 역시 뇌물 받고 감옥 간 시장 한 사람 때문이다.

민선 시장 선거가 또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제2의 이재홍 시장, 제2의 파주 피해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달리 답이 없다. 잘 뽑아야 한다. 정당도 중요하고, 공약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에 앞서야 할 검증 요소는 도덕성이다.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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