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에 빠져 행정 저버린 자치단체장들, / 묵묵히 본업 챙기는 시장 군수가 최고다

‘경기도’ 파는 도지사, ‘방송’에 빠진 시장
시정 현장 뛰는 시장 군수들이 평가받아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 건’했다. ‘한 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광역 서울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수도권 규제 폐지를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반세기가 흘러도 풀지 않는 게 수도권 규제다.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광역 서울도도 그런 차원의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현역 경기도지사라는 신분이 걸린다. 지도에서 ‘경기도’를 지우자는 주장이다. 경기도지사가 앞장서기에 적절하지 않다.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딱히 논란 삼을 소재가 아니다. 그런데 일이 시끄럽다. 다분히 남 지사의 기획이다. 본인 페이스북에 자극적인 워딩을 남겼다.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짧은 글이다. 당연히 언론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비난 논조로 대서특필했다. 남 지사 특유의 정치 감각에 언론이 걸려든 것이다. 광역 서울도를 시비 걸려는 게 아니다. 정치를 위해 경기도를 버린 현역 지사의 행위를 탓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남 지사만의 일이 아니다. 도지사 유력 후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정치 행위도 도를 넘었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수개월째 출연하고 있다. 시정과 무관한 사생활 보여주기다. 많은 시청자가 성남 시장은 그만둔 줄 안다. 정작 중요한 시장 군수 협의회에는 나오지 않았다. 광역 버스 준공영제 논란 때도 경기도와의 협의 장소에는 나타난 적 없다. 사실상 경기도지사 선거 운동에 들어갔음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물론 이래도 행정은 돌아간다. 남 지사가 경기도를 없애자고 발표하는 그 시각에도 경기도는 공직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 시장이 TV 카메라와 지방을 다닐 때도 성남시는 공직자들이 지키고 있다. 어차피 그런 것이 선출직 단체장이다. 그저 조직의 일부일 뿐이다. 약간의 비중이 더해진 ‘N 분의 1’이다. 하지만,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들의 정치 행위를 탓할 생각 없다. 대신, 묵묵히 시정을 챙기는 다른 시장 군수들을 평가해주려고 한다. A 시장은 추위에 동파된 상수도 교체 현장을 지켰다. B 시장은 고질적 지역 민원을 해결하고자 시민 서명을 받고 다닌다. C 시장은 사드 보복으로 위기에 몰린 지역 상권을 살리려고 동남아를 헤집고 돌아왔다. 상수도 기술자가 아니고, 여론 전담 기획자가 아니고, 전문적 장사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열심히들 뛴다. 그런 게 시장 군수들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3년 반 전, 시민들과 손가락 걸었던 약속이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고랑을 일구는 황소처럼 제 길을 가는 이런 시장 군수들에게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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