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식 수행단에 대한 범죄
한국사회 다양성 악용하는 궤변
언론, 강력히 대처할 책임 있다
한국인 기자가 중국인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멱살 잡히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구둣발로 걷어차였다. 피해 기자는 안구 출혈 등의 부상을 당하고 입원했다. 이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일부 중국 언론은 이 사건을 황당하게 몰고 갔다. 한국 기자가 취재 규칙을 어겼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중국 경호원이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고도 밝혔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다.
피해 기자는 공식 기자단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엄선된 기자단이 구성된다. 청와대가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언론사와 기자를 선별한다. 이렇게 선택된 기자들만 대통령의 공식 수행단이 된다. 대통령을 취재해도 좋다는 권리, 다시 말해 근접 취재권(近接 取材權)을 부여받은 기자들이다. 이런 공식 기자단을 중국 경호원이 폭행한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에 대한 중국인의 사적(私的) 폭행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공간에서 이뤄졌다. 사건이 발생한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 B홀은 그날 그 시각 대한민국이 임대한 공간이다. 정상적인 절차와 대가를 주고 배타적 사용권리를 취한 공간이다. 지근거리에 대한민국 대통령도 있었다. 그런 공간에서 피고용자에 불과한 중국인들이 폭력을 휘둘렀다. 명백한 주권 침해다. 대한민국 대통령 수행단에 대한 주권침해고 대한민국 행사 영역에 대한 주권침해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보도 태도도 어처구니없다. 하루 뒤 “해당 기자가 취재 규정을 어긴 탓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급이 높은 행사일수록 경호 수위가 높아진다. 현장 경호원들은 안전 구역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접근을 막게 돼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한 마디로 ‘한국 기자들이 맞을 짓 했다’는 논조다. 철저한 조사와 상응한 조치를 말해야 할 언론이 원시적인 폭력행위를 근거 제시도 없이 두둔하고 나섰다.
더 불쾌한 이 신문의 주장도 있다. 대한민국의 다양성을 갈등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한국 기자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거나 ‘또다시 기자들이 사고를 쳤다’는 등의 댓글을 인용했다. 악의적 선택이다. 중국 경호원을 나무라는 댓글이 훨씬 많다.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분노의 표현도 수만건이다. 이런 댓글은 언급도 안 했다. 다분히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왜곡하려 든 내정간섭적 논평이다.
취재 현장에서 언론인이 봉변을 당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때로는 언론의 자유를 넘어선 과도한 취재 경쟁이 화를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 특정 언론사 기자 폭행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수행 기자 폭행이다. 과도한 취재 경쟁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없다.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대통령 외교를 ‘저자세 외교’라고 지적해온 우리 언론 아닌가. 언론이 다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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