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금강, 1894’ 연출자 “동학농민운동과 촛불시위… 변화를 꿈꾼 ‘시민의 힘’이 주인공”

신동엽 시집 ‘금강’ 뮤지컬로 부활
이름 없는 민초들 삶 조명하고파
실패한 동학운동, 자체로 가치 있어

▲ 김규종2
“죽을 수밖에 없는 싸움, 하지만 그들이 싸워야만 하는 그 이유를 그리고 싶었어요.”

신동엽 시인의 장편 대사서시 ‘금강’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금강, 1894>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금강, 1894>는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름 없는 백성의 힘겨운 싸움, 풀지 못한 한(恨)을 그려낸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김규종 연출자는 이번 뮤지컬을 두고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이 지는 싸움인걸 알면서도 왜 전쟁터에 나갔는지, 그리고 힘없는 농민들이 왜 죽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뮤지컬의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규종 연출자와 일문일답.

-어떤 뮤지컬인가.

신동엽 시인의 ‘금강’ 시집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의 형식을 띠고 있다. 서사시라는 장르인데 역사를 다루는 시다.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이번 뮤지컬을 만들었지만 현대적인 분위기로 맞춰 새롭게 각색했다. 대부분 동학농민운동이라고 하면 전봉준 장군을 떠올리지만 우리 뮤지컬은 전봉준보다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했던 이름없는 농민, ‘신하늬’에 초점을 맞췄다. 그 시절 힘겨웠던, 그러나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농민이 주인공이다.

 

-‘신하늬’라는 인물은 어떻게 선정했나.

역사를 다루는 뮤지컬이라 연출을 맡기 전 역사 공부를 많이 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지만 역사의 ‘의미’만큼이나 우리는 ‘흥미’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학농민운동은 그 운동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뮤지컬은 인물이 노래하니 결국엔 ‘인물’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학농민운동 중 전주성을 탈환하는 장면 사진을 보면 농민들 모두 죽창과 쟁기를 들고 있는데 맨 뒤쪽에 한 사람만 총을 들고 있었다.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의 호랑이를 많이 잡아갔는데 그 호랑이를 지켜내는 ‘착호갑사’였고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신하늬’라는 역동적인 인물을 고안해 낸 것.

 

-이번 뮤지컬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 있다면.

동학농민운동은 알다시피 힘없고 일반백성이었던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합세해 일으킨 농민운동이다. 3만 명의 농민이 죽었고 30명이 사살당했다. 전봉준을 비롯해 농민들은 ‘왜 자신의 피를 뿌려야만 하는 싸움에 나갔을까’가 이번 뮤지컬의 핵심이다. 뮤지컬의 주인공 신하늬라는 이름은 큰 뜻도 없다. 그냥 바람과도 같은 인물이다. 2막에서 왜 죽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지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2막의 핵심이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시민의 힘으로’. 이 작품은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것을 바꾸자’에 의미를 뒀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도 같은 선상에 있다. 동학농민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절대로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실패를 했을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혁명이었다. 관객들도 ‘실패한, 그러나 실패하지 않은’ 뮤지컬을 재밌게 의미 있게 봐주고 가셨으면 한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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