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농업기술원, 新 재배기술 ‘아쿠아포닉스’] 물고기 키우고 채소 재배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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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업분야에서도 융복합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첨단 ITㆍBT가 접목된 첨단 재배기술이 국내 농업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경기도해양수산자원연구소와 2년의 공동연구를 통해 민물고기와 잎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신 재배기술에 대한 모델을 개발했다.

■ 아쿠아포닉스를 아시나요?

아쿠아포닉스? 농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하이드로포닉스(hy droponics·수경재배)는 많이 들어봤을 만 하다. 그러나 아쿠아포닉스는 다소 생소할 것이다. 이게 대체 뭘까.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물고기, 새우, 가재 등 담수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가 결합해 만든 합성어다. 양어장에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 재배하는 순환형 복합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물고기를 키우면서 나온 배설물과 유기물이 섞인 물을 아래로 흘려 이 물로 상추 등 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이 과정에서 식물은 자연적으로 물을 정화한다. 이렇게 깨끗해진 물을 다시 물고기 키우는 데 쓰는 자연 순환 방식이다. 버려지는 물이 거의 없을 만큼 자원 낭비가 적은 데다 물고기 모이를 주고 수경재배용 파종 작업 외에는 사람이 직접 신경 쓸 일이 없어 적은 노동력으로도 유지가 가능하다. 아쿠아포닉스는 별도의 영양분을 더하지 않고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쓴다는 게 하이드로포닉스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아쿠아포닉스가 채소와 물고기로 동시에 수익을 얻는 일석이조의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사육에 이용하는 물을 배수하지 않아 절약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채소가 자라는 데 필요한 비료도 줄 필요가 없는 환경 친화적인 기술이다. 실제로 아쿠아포닉스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는커녕 아예 흙도 필요없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맨 처음 설비를 갖추는 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는 물 순환용 펌프 구동에 필요한 전기값 정도가 가장 큰 비용 요소다.

 

아쿠아포닉스 기술은 물고기 배설물이 들어있는 물을 채소가 이용할 수 있는 재배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박테리아에 의해 독성성분을 분해하고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이온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덕분에 매일 물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양어장에서는 물고기의 배설물이 많아지면 물속에서 독소로 작용해 물고기 폐사의 원인이 되지만, 아쿠아포닉스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쿠아포닉스의 핵심 기술은 이러한 변환 과정이 잘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특히 농업기술원과 해양수산자원연구소이 개발한 아쿠아포닉스 모델은 물고기를 키우는 양어조, 물고기 배설물을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로 정화시켜 주는 생물적 여과시스템(바이오필터), 채소를 키워 생산할 수 있는 수경재배시스템 등으로 구성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물고기 10㎏을 한 달 간 양어하는 데 소요되는 물 양이 1.5톤 미만으로 12톤 이상 필요한 일반적인 양식대비 90%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 6차 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

그렇다면 아쿠아포닉스 기술은 향후 어떻게, 또 얼마나 활용될까.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내년부터 아쿠아포닉스에 적합한 양어 사료 개발도 착수할 예정이다. 이렇게 채소 재배에 부족한 성분들을 사료에 첨가해 추가적인 유기물의 투입 없이도 채소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누구나 쉽게 아쿠아포닉스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일반 가정용 모델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키우는 물고기 종류를 다양화 해 경제성이 높은 새우나 관상용 비단잉어 등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는 몇가지 종류에만 적용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물고기 종류를 다양화한다면 고소득 품목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재배하는 채소도 잎채소 뿐만 아니라 토마토 등 과채류 재배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모델들이 완성되면 아쿠아포닉스를 통해 체험, 교육농장 등 6차 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수경재배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아쿠아포닉스 기술 도입으로 무농약 채소의 저비용 생산이 가능해 어류 생산과 채소 재배농가에 높은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재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장도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도입하면 도심에서도 무농약 채소를 저비용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물고기 체험, 물 절약을 통한 환경보전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한다”며 “어류 생산과 채소재배 농업인 모두에게 큰 소득원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물론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시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양어와 수경재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물고기는 환경에 매우 민감해 작은 실수에도 집단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세심한 관리를 요한다는 것이다. 또 채소와 물고기의 재배 환경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추가적인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특히 수온에 민감한 어종은 양어수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재배하는 채소 종류에 따라 물고기 사료만으로 생육이 부진한 경우가 발생하는 경우 추가적인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양식할 수 있는 물고기의 다양화는 풀어야 할 숙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아쿠아포닉스로 많이 이용하는 틸라피아나 메기 등은 연중 가격변동이 심하고 경제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단점이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키우고 있는 물고기 종류도 더 다양하게 하고 엽체류뿐만 아니라 과채류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KAIST 출신 두 청년 ‘아쿠아포닉스’ 본격 시도

카카오의 투자전문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은 지난 2016년 생소한 업종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한국의 대표 공룡 IT업체가 고른 건 잘나가는 게임회사나 기발한 신사업이 아니라 뜻밖에도 농업 관련 회사였다. 

바로 KAIST 출신의 박아론(30)·전태병(28) 두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CEA)다. 이 회사는 아직 생소한 아쿠아포닉스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다.

 

2015년 이 방식으로 첫 수확을 한 이후 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투자 결정 당시 카카오 관계자는 “아쿠아포닉스를 비롯한 스마트팜의 밝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농촌진흥청도 농업기술박람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쿠아포닉스의 장점을 알리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는 신선도가 오래 가고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호감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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