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비 맞고 방치된 ‘무인대여 자전거’

수원시 시내 900여곳에 설치 제대로된 지붕·거치대 없어
관리부실·홍보부족 도마위 市 “지붕 설치 방안 검토”

▲ 겨울철 눈이 내리며 수원 무인대여 자전거인 오바이크에 대한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수원시의 한 거리에 오바이크가 전날 내린 눈으로 덮인 채 방치되어 있다. 조태형기자
▲ 21일 수원시내 한 거리에 무인대여 자전거 오바이크가 전날 내린 눈으로 덮인 채 세워져 있다. 운영된 지 열흘이 채 안된 수원 오바이크와 관련 관리 미흡 및 홍보부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조태형기자
21일 오전 11시께 수원시청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 옆. 같은 모양을 한 자전거 10여 대가 나란히 주차돼 있었다. 

수원시가 최근 운영을 시작한 ‘스테이션 없는 무인대여 자전거’ 사업에 투입된 자전거들이다. 그러나 변변한 지붕이나 거치대 등도 없이 직사각형 모양의 선만 그려진 주차공간에 세워진 자전거들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내린 눈이 안장에 가득 쌓인 채 널브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더욱이 자전거 주차공간임을 표시하려 바닥에 그려놓은 선들도 눈에 가려 보이지 않은 데다가 별도의 표식도 없어 자전거 주차공간임을 알기가 어려웠다. 운영이 시작된 지 열흘이 채 안 됐음에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일부 지점에서는 자전거들이 쓰러진 채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기도 했다.

 

수원시의 ‘스테이션 없는 무인대여 자전거’ 사업이 주차공간의 시각장애인용 점자 블럭 잠식 등의 논란(본보 8월17일자 7면)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지만, 관리 부실ㆍ홍보 부족 등으로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제대로 된 주차공간조차 마련되지 않는 등 전국 최초라는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2일 공유자전거 업체 오바이크(oBike)와 함께 ‘스테이션 없는 무인대여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IoT(사물 인터넷) 기술과 GPS(위치 파악 시스템), 자동잠금해제, 데이터 분석 등 기술을 결합한 자전거 대여·반납 시스템을 토대로 운영된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GPS가 장착된 자전거를 도시 곳곳에 있는 자전거 주차공간에서 대여·반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원시는 이번 달 1천 대 규모로 시작해 내년 3월까지 1만 대 이상을 운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원시가 2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시내 900여 곳에 설치한 주차공간에는 지붕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전거들을 비나 눈 등으로부터 보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별도의 거치대도 없어 강풍이 불 경우 줄줄이 쓰러진 채 방치될 가능성도 크다. 수백 곳에 달해 일일이 관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무인대여 자전거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시민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시민 L씨(34)는 “며칠 전부터 똑같이 생긴 자전거가 여러 대 세워져 있어 뭔가 했다”면서 “눈까지 쌓인 채 방치되고 있어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자전거 등의 유지 및 관리는 사업을 위탁한 민간사업자 측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자전거가 많이 이용되는 곳을 분석해 지붕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병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