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남 FC 예산 놓고 정치 싸움하는 성남 / 市長은 설명하고 市議會는 통과시켜라

선수단 생명줄 같은 예산 전액 삭감
후원금 둘러싼 정치 갈등의 수단화
28년 성남 FC 역사가 부끄럽지 않나

언제까지 정치 희생양 삼을 건가. 시민 스포츠단이 왜 정치 희생양이 돼야 하나. 선거철만 되면 단골 메뉴처럼 목도하는 장면이 있다. 야당 시의회가 스포츠단 운영에 제동을 건다. 제출된 예산에 딱히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전액 삭감 또는 무차별 삭감을 한다. ‘방만한 경영’ 때문 이라고는 하는데, 입장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된다. 전임자와 똑같이 지원한다. 그때마다 선수단 명예는 추락한다. 예산 축내는 죄인 신세가 된다.

이번엔 성남 FC인가보다. 성남시 예산 결산 특별위원회가 운영 예산 70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모두가 알듯이 한국 프로축구의 경영은 최악이다. 대기업 구단의 경우 기업 지원금, 시민 구단의 경우 시 지원금에 크게 의존한다. 70억원이 삭감되면 성남 FC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소식을 접한 선수단과 팬들의 걱정이 크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본회의 의결에 앞서 극적인 타결로 예산이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예결위가 밝힌 삭감 이유는 운영비 부실 공개다. 집행부가 성남 FC 운영비 사용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본질이 ‘정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남시는 기업이 낸 후원금을 성남 FC에 지원했다. 이를 두고 야권은 ‘후원금 비리’라고 공격했다. 이 문제를 더 부각시키겠다는 것이 야당의 의도다. 여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무시 전략을 펴는 것이 집행부 전략이다. 누가 봐도 그렇다.

양쪽 모두 나쁘고, 옳지 않다. 시장들은 운동부를 정치 수단화해왔다. 성적 좋은 경기에 참가해 얼굴 알리는 데 목표를 뒀다. 이러니 성적이 나쁘며 마구잡이식으로 칼을 휘둘렀다. 정치적이긴 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운동부를 악용했다. 시장이 맘에 들면 예산을 통과시켰고, 그렇지 않으면 삭감했다. 시나 시의회 어디에도 운동부 육성에 대한 순수성은 없었다. 이번엔 성남 FC가 그 목표가 된 것이다.

성남 FC가 어떤 팀인가. 한국 축구의 역사다. 서울과 천안을 전전하다가 성남에 둥지를 틀었다. 모기업이 손을 뗀 2013년부터는 시민이 혈세로 운영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7회 우승 등 각종 대회 우승만 21회다. 28년간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써왔다. 잠깐 스쳐갈 지역 정치인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정치 놀음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해체할 필요성이 있을 순 있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 장난이다. 하면 안 된다.

사사건건 극한 대립을 해온 성남 지역 정치권이다. 쉽사리 조율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조언은 남겨야 한다면 이렇다. 이재명 시장은 성의껏 설명해야 하고, 시의회는 충실히 심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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